[기업대출도 경고등] 규모 계속 커지는데…中企, 영업익으로 이자 10%밖에 못내

2024-07-01 18:00
'이자보상배율 1 미만' 중소기업 비중 1년 새 49.8%→55.2%
자영업자대출 연체액 10.8조원으로 역대 최대…연체율 1.66%
5대 은행 기업대출 잔액, 전월 대비 8조원 늘어 811조원 돌파

[사진= 연합뉴스]
국내 기업여신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상환 능력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수 부진에 발목이 잡힌 중소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

1일 한국은행(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0.1배를 기록했다. 국내 전체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전년(5.1배) 대비 하락한 2.0배로 집계됐다.

기업의 이자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총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자보상배율이 0.1배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국내 중소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총이자비용의 10%밖에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이른바 취약기업 비중도 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중소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은 기업은 55.2%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5.4%포인트 확대된 규모다. 전체 기업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41.4%로 같은 기간 3.9%포인트 늘었다.

자영업자 상황도 녹록지 않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금융권의 자영업자대출 연체액은 1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작년 1분기 대비 4조5000억원, 직전 분기 대비 2조4000억원 불어나면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의 자영업자대출 연체율도 1.66%로 1년 전보다 0.66%포인트, 직전 분기보다 0.36%포인트 급등했다.

문제는 이처럼 기업들의 대출 상환 능력이 약해지고 부실화 가능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기업여신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기업대출 합계는 811조3481억원으로 한 달 사이에 8조250억원 확대됐다. 5대 은행의 기업여신 규모는 상반기에만 44조402억원 늘었다.

전체 은행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올해 1~5월 기업대출 잔액은 43조8000억원이나 불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34조2000억원)과 비교했을 때 기업대출 확대 규모가 28%가량 커졌다.

기업이 대출을 비롯한 신용을 확대하는 것은 전 세계 주요 국가와는 다른 양상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KDB산업은행(산은)이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요국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로 돌아선 이후 전 세계 기업신용 증가율은 1.8%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직후 통화완화 정책을 펴던 당시(8.1%)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낮은 수치다.

미국과 유로존도 통화완화기 7.2%, 3.6%였던 기업신용 증가율이 긴축 기조로 돌아서면서 5.7%, 1.8%로 각각 하락했다. 그러나 이 기간 국내 기업대출 증가율은 9.3%에서 9.9%로 오히려 0.6%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생산적인 부문이나 한계기업 등에 기업신용이 필요 이상으로 유입되면 자산 가격이 상승하거나 부실이 이연·누적되는 등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