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용태 회장 "GA 규모에 맞는 위상 가져야…낮은 위상·나쁜 평판 없앤다"

2024-07-01 18:00
부당승환계약 근절·기업신용등급 도입해 분위기 전환
보험판매전문회사 전환 추진으로 책임·의무 강화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회장이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소비자 생각과 달리 연 매출이 1조원을 넘는 법인보험대리점(GA·General Agency)도 있습니다. 낮은 위상과 나쁜 평판을 없애고 규모에 맞는 위상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회장은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GA의 낮은 위상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 매출 1조원이 넘고 보험설계사가 1만명 넘는 초대형 GA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은 여전히 설계사 5~10명 시절 '구멍가게'였던 보험대리점만 기억한다는 이유에서다.
 
부당승환계약 근절 위해 노력···자율협약 맺고 불법 스카우트 근절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김 회장은 취임 이후 '나쁜 평판'을 없애기 위해 부당승환계약을 근절하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부당승환계약은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하고 보험 리모델링, 보장 강화 등 명목으로 소비자를 현혹해 동종 또는 유사한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김 회장은 "지난해 GA업계 상생협력을 통한 지속적인 동반 성장 모델 구축과 건전한 모집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험대리점 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를 위한 자율협약’을 54개사(GA와 자회사 포함)와 체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10년간 GA업계가 성장하며 능력 있는 설계사를 스카우트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다"며 "GA들은 설계사에게 정착지원금을 주기로 했고, 설계사들은 기존에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을 이직한 회사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나쁜 평판 중 대부분이 부당승환계약에서 나왔다고 판단해 이를 근절하기 위해 과도한 스카우트 경쟁을 금지하는 자율협약을 강력하게 추진했다"며 "지난 9월 이후 부당승환계약은 1건밖에 없고, 자율적인 신고 시스템도 갖춰졌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결과적으로 스카우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GA도, 과도한 부담을 가지고 불법적인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설계사도 만족하고 있다"며 "자율협약을 맺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부당승환계약으로 고객을 뺏긴 업체는 반드시 협회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신용등급 도입해 낮은 위상 타파···"정당한 대접 받아야"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김 회장은 GA업계 발전을 위해 기업 신용평가 도입 필요성도 역설했다. 협회는 올 하반기까지 다양한 지배구조와 매출구조를 갖고 있는 GA 10~15곳 정도를 대상으로 나이스신용평가와 함께 시범 평가 모델을 만들 예정이다. 협회는 만들어진 평가모델을 토대로 2025년 실제로 신용등급을 받아 자본시장에서 평가를 받아 볼 예정이다.
 
김 회장은 "GA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회사들도 회사채를 발행하고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면서 "GA들은 규모가 커졌음에도 여전히 운영자금을 마련할 때는 차입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을 받아야 하지만 아직 전례가 없어 나이스신용평가와 협업하는 방식을 고심하고 있다.
 
그는 "기업평가를 받아 자본을 늘리면 인력을 더 채용할 수 있고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시설 투자도 가능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용등급 평가를 통해 좀 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면 GA업계가 정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낮은 위상을 끌어올려 보험업계의 당당한 주역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3선 국회의원 출신 정책 제안···보험판매전문회사로 전환하자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김 회장은 "GA업계는 이미 장성했는데도 3~4세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꼴"이라며 "업계 규모가 커졌는데도 여전히 법이나 규정은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이 보험대리점을 보험판매전문회사로 바꾸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보험판매전문회사는 보험계약 체결을 대리하는 기존 보험대리점과 달리 보험계약 체결을 직접 중개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보험판매전문회사는 사업비와 보험수수료 등에 대해 보험사와 협상을 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일정 규모 이상인 대형 GA가 독립적 금융기관 성격을 가진 보험판매회사 허가를 받아 건전한 판매조직을 육성하고 소비자 보호를 제고하고자 한다"며 "보험판매전문회사는 점점 노령화하고 있는 보험설계사 시장에 청년들도 뛰어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도가 시장에 안착되면 GA의 권한과 책임은 현재보다 더 강화된다. 김 회장은 "내부통제 능력을 갖춘 회사에 대해 임원 자격을 보험사 수준으로 강화하고, 대주주 요건이나 자본금 요건을 신설하는 등 준법 경영비를 도입하면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 책임성과 명확성이 분명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판매전문회사 전환을 위해 먼저 부당승환계약 근절을 위한 자율협약을 규정화할 방침이다. 전속 판매채널에서도 부당승환계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율협약을 도입하면 좋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는 22대 국회에 해당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협회는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등 다른 보험협회처럼 유관기관화하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김 회장은 "소비자 신뢰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협회를 자율규제 기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대리점에 대한 교육과 연수, 관리·감독으로 스스로 건전한 모집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협회는 보험GA협회로 명칭 변경을 함께 추진 중이다. GA를 대변하는 것을 넘어 GA 도입 취지와 성장세에 맞춰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다. 협회는 이사회 결의·총회 등을 통해 협회 명칭 변경을 의결하고 올 4월 금융위원회에 정관 변경 허가 신청서를 냈다. 금융위가 명칭 변경을 허가하면 협회는 출범 19년 만에 사단법인 보험GA협회라는 새 이름으로 바뀐다.
 
높은 판매 수수료?···보험대리점이 보험사 자금을 마련해 주는 것
 
김 회장은 설계사들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국가는 연금 등 사회보험과 다양한 형태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보험회사들이 제공하는 보험과 서비스를 더욱 신뢰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험산업은 금융산업에서 하나의 축을 넘어서서 소위 국가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하는 것이며 설계사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보험산업이 국가의 복지 정책과 오히려 경쟁해서 더 질 좋고 값싼 사회보험과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간 제판 분리(제조·판매 분리) 기조가 이어지며 GA 파급력은 확산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설계사를 1만명 이상 보유한 GA는 4곳이며 1000명 이상 보유한 GA도 44곳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협회에 따르면 가장 많은 설계사(2만2609명)를 보유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한 해 매출이 1조5000억원을 넘으며 매출 2위 지에이코리아도 9400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상품은 장기 유지가 필요하고 소비자가 즉각적인 효용을 체감하기 어려운 무형의 상품으로 판매자의 전문성과 윤리성이 고도로 요구된다. 이에 협회는 2018년부터 우수인증설계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근속기간이 길고 불완전판매건수가 한 건도 없는 우수인증설계사 선정·운영은 보험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제고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GA업계는 정도 영업 등 자정 노력으로 보험회사 전속 판매채널보다 양호한 불완전판매율을 보이고 있다"며 "우수설계사들이 GA업권 위상과 평판을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계사 수입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뽑힌 우수인증설계사 평균 근속기간은 7.6년이었다. 연평균 소득은 1억2423만원으로 전년 대비 2000만원 이상 늘었다. 우수인증설계사는 협회 소속 설계사 26만3321명 중 6.4%를 차지했다. 5년 이상 우수인증설계사에게만 주어지는 'GA명장' 타이틀은 올해 총 3188명이 차지했다. GA명장 평균 근속기간은 10.8년, 연평균 소득은 1억4161만원이었다.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김 회장은 "판매수수료를 받는 것이 우리 정체성이 아니다"며 "우리는 보험사 자산 운용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만드는 자금 중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운영 자금을 유치해 준 만큼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런 사항을 모든 설계사에게 알릴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