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3.7조' 네이버웹툰 오늘 美 상장...'아시아 디즈니' 첫걸음

2024-06-27 15:41
20년만 네이버 서비스 곁다리서 나스닥 신데렐라로
성과 보이는 IP사업 확대...'포스트 디즈니' 도약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이사 [사진=네이버]

네이버의 미국 상장 1호 네이버웹툰이 27일(현지시간) 기업공개(IPO)를 한다. 월트 디즈니 같은 글로벌 지식재산권(IP) 콘텐츠 기업으로의 첫걸음을 떼는 셈이다. 

27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본사이자 북미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 공모가격이 21달러(약 2만9000원)로 결정됐다. 이를 적용한 기업가치는 27억 달러(약 3조7000억원) 상당이다.

웹툰엔터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주식 공모가격 희망 범위는 주당 18∼21달러였다. 희망 범위 상단으로 결정된 건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웹툰엔터는 IPO를 통해 보통주 1500만주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최대 3억1500만 달러(약 4377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은 2005년 12월 정식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지 20여 년 만에 이뤄졌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도 SEC에 낸 증권신고서 신고서에 동봉한 서한에서 "이번 IPO는 지난 20년간 노력의 결실이자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웹툰은 2005년 국내 검색 포털 네이버의 서비스 중 하나로 시작했다. 서비스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네이버웹툰은 기존 만화 시장의 창작과 소비문화 전반을 혁신하고, 전례 없는 창작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6년 웹툰 본사인 웹툰엔터가 미국에 설립됐고, 2017년에는 한국 법인인 네이버웹툰이 만들어졌다. 웹툰엔터는 웹툰·라인웹툰·네이버웹툰·네이버시리즈·라인망가·왓패드 등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150개국에서 1억7000만명 이상의 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나스닥 상장으로 조달되는 4000억원은 우선 IP 사업에 투입될 전망이다. 웹툰엔터는 월트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IP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을 노리고 있다. 디즈니가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실사 영화·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미디어 제국을 이룬 것처럼, 플랫폼에만 국한하지 않고 IP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에서 시작한 글로벌 규모의 포스트 디즈니가 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네이버에서 네이버웹툰을 분사하기 전 미국에 본사를 차린 것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었다.

이미 국내 IP 사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웹툰 원작 '내 남편과 결혼해 줘'가 지난 1월 1일 OTT 서비스 티빙과 아마존 프라임에서 공개된 후 웹툰을 찾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실제로 드라마 공개 10일 만에 전체 유료 거래액은 17.1배, 전체 조회수는 7.1배 증가했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올해만 30개가 넘는 네이버웹툰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상물이 공개될 예정이다. 

해외 성과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네이버웹툰이 북미에서 발굴한 웹툰 '프리킹 로맨스'는 미국 유명 시리즈 '워킹 데드'의 제작사 스카이바운드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영화로 만들어진다. 프리킹 로맨스는 2018년 네이버웹툰의 영어 서비스인 웹툰에 첫선을 보인 작품으로, 글로벌 누적 조회수가 4억7000만 뷰에 이르는 인기작이다. 프리킹 로맨스 인기가 많아질수록 웹툰 수요도 급증하면서 네이버웹툰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웹툰엔터는 최근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들고, 웹툰을 드라마·영화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연재된 작품을 기반으로 하는 영상 콘텐츠들이 흥행하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상뿐 아니라 공연과 라이선싱 사업 등 원천 IP를 활용한 사업 영역도 넓히는 중이다. 한국어 작품 외에도 영어·일본어·태국어·인도네시아어·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의 원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