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장 나란히 연말 임기 만료…9월 승계 작업 스타트

2024-06-19 17:00
ELS·금융사고 부담으로 작용할 듯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사진=각 사]

연말 5대 시중은행장의 임기가 나란히 만료되면서 연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부분 은행장이 초임이지만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잇단 금융사고로 연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12월 말 모두 만료된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도입하면서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에는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9월부터는 본격적인 거취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장 모두 대내외적 금융시장 불안과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수익 증가, 주주 가치 제고, 상생 금융 등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지만 홍콩 ELS 사태와 내부통제 부실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2연임에 도전하는 이재근 행장의 가장 큰 변수로는 홍콩 ELS 사태가 꼽힌다. 국민은행은 홍콩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해 1분기 관련 손실 배상을 위한 충당부채로만 8620억원을 반영했고, 순익은 58% 급락한 3895억원에 그쳤다. 다만 5월 홍콩H지수가 최고 7000선에 육박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손실·배상 규모가 줄어드는 2분기 이후엔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상혁 행장이 수장으로 있는 신한은행이 1분기 9286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만큼 이 자리를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국민은행, 하나은행과의 경쟁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야만 연임 과정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승열 행장의 연임 여부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거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행장의 연임 여부는 지주사 회장의 움직임과 연동되는 만큼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함 회장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조병규 행장에겐 대형 금융사고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내부통제 강화를 천명한 취임 직후에도 9000만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적발된 바 있어 전반적인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가 약점으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석용 행장의 경우, 내부통제와 농협중앙회장이 모두 연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 120억원 규모의 배임사고를 적발한 데 이어 5월에도 총 64억원 규모의 배임사고 2건을 공시했다. 여기에 그동안 중앙회장이 새로 취임하면 농협은행장은 일괄 사표 등의 방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