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2개월간 HD현대 주식 320억원 어치 매입...주식·집 담보로 실탄 마련
2024-06-19 08:02
5월부터 17일까지 자사주 약 50만주 매입
325억원 이상 매입... 지분율 5.88% '상승'
지분 확장·배당금 확보...'일석이조' 효과
325억원 이상 매입... 지분율 5.88% '상승'
지분 확장·배당금 확보...'일석이조' 효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최근 두 달간 약 320억원어치의 HD현대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분 확대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부터 2019년 증여받은 3000억원에 대한 세금 납부를 종료한 정 부회장은 본격적인 그룹 승계를 위한 작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정 부회장이 지난해 동안 6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마련한 만큼, 연말까지 추가 지분 확대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도 5.26%에서 17일 기준 5.88%로 0.62%포인트 증가했다.
정 부회장이 지분 매입에 사용된 자금은 주식과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과 배당금 등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 부회장이 5년 만에 이런 적극적인 지분 매입에 나선 배경은 그동안 정 부회장의 짐이었던 증여세 납부가 지난해로부터 종료됐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9년 정 회장으로부터 3000억원을 증여받은 뒤, 그룹 지분 5.26%를 확보했으나 약 150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납부하면서 추가적인 지분 매입이 어려웠다. 하지만 국세청 등에 따르면 증여세 납부는 지난해 말에 완료되면서 정 부회장이 본격적인 지분 확대에 나설 기반이 마련됐다.
공격적인 주식매입은 HD현대의 경영권 강화와 미래 비전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도 해석된다. HD현대그룹은 지주사 HD현대를 정점으로 조선, 정유, 건설기계, 전력기계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HD현대 지분 2101만1330주(26.6%)를 넘겨받는 일은 HD현대그룹의 경영 승계를 매듭짓는 핵심 과제로 꼽혔다. 정 이사장의 지분 가치는 최근 HD현대 주가 수준에 견줘볼 때 약 1조3000억원 수준인데, 증여·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적어도 6500억원의 승계 재원이 필요한 셈이다.
동시에 HD현대 주가 하락에 대한 방어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HD현대마린솔루션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것을 두고 주주들은 모회사, 자회사의 중복 상장에 우려를 나타내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이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고, 주가 하락에 직접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실제 정 부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한 달간 HD현대 주가는 8.7%가량이 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추가 주식 매입 의지가 상당히 강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가 흐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 부회장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 경영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