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파이널] 악마·천재·괴짜의 결단...'명가' 보스턴, 16년 만에 정상에 서다

2024-06-18 12:01

제이슨 테이텀이 포효하고 있다. [사진=Getty Images via AFP·연합뉴스]

보스턴 셀틱스가 16년 만에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보스턴은 18일(한국시간) 홈구장 TD 가든에서 펼쳐진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2023~2024 NBA 파이널 5차전에서 106-88로 승리했다. 이로써 보스턴은 지난 2007~2008 시즌 우승 이후 16년 만에 NBA 정상에 섰다. 이뿐만 아니라 통산 18회 우승을 달성하며 LA 레이커스를 넘어 최다 우승팀 단독 1위에 올랐다.

이러한 보스턴의 우승에는 스토리가 겹쳐지며 만들어졌다. 이번 우승은 대니 에인지 전 단장과 브래드 스티븐스 현 단장 겸 사장, 그리고 파격적인 전술의 조 마줄라 감독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일이다.
 
'악마' 에인지, 트레이드로 '편의점 듀오' 완성
왼쪽부터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제일런 브라운, 제이슨 테이텀, 데릭 화이트 [사진=Getty Images via AFP·연합뉴스]

보스턴에 있어 에인지 전 단장은 '보배'지만, 타팀에게는 '악마'로 불린다.

미래를 내다보는 협상 능력을 갖춘 에인지는 현재의 보스턴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난 2013년 브루클린 네츠와 진행한 트레이드는 현재의 보스턴을 만드는 초석이 됐다.

당시 보스턴은 팀 전성기를 이끌었던 케빈 가넷과 폴 피어스, 제이슨 테리를 브루클린에 내주고 제럴드 월리스를 포함한 4명의 선수와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3장(2014·2016·2018)과 픽 스왑권(2017)을 받았다.

해당 지명권을 통해 보스턴은 2016년 제일런 브라운을 지명했고, 2017년에는 픽스왑 권리를 통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당시 에인지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 대어가 없다고 판단하고, 3순위 지명권을 가진 필라델피아 76ers와 픽다운을 통해 미래 1라운드 지명권 2장까지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2017년 3순위로 뽑은 선수가 현재 보스턴의 에이스로 군림하는 제이슨 테이텀이다. 1순위 마켈 펄츠, 2순위 론조 볼보다 훨씬 대단한 선수로 성장했다. 

일명 '편의점 듀오'로 불린 테이텀과 브라운은 팀의 에이스와 2옵션으로 맹활약하며 팀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팀의 프랜차이즈 선수를 내주고, 픽 다운을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에인지는 과감한 결단을 통해 팀의 미래를 완성해냈다. 현재는 유타 재즈로 팀을 옮긴 그이지만, 보스턴 역사에서 '거상' 에인지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팀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천재' 스티븐스, 감독과 단장 모두 성공적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에인지가 선택한 남자' 스티븐스는 보스턴 감독을 지내며 팀을 강하게 만들었고, 단장으로서는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스티븐스는 NCAA(미국대학농구)에서 버틀러 대학교를 지도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2007~2008시즌부터 2012~2013시즌까지 승률 77.2%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썼기 때문이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3년 보스턴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는 에인지 전 단장의 강력한 요청으로 성사된 것이었다.

그는 알 호포드와 아이재아 토마스를 필두로 한 전술로 보스턴을 '동부의 강자'로 키워냈다. 일각에서는 '보스턴 전력의 반'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스티븐스는 2021년 에인지의 뒤를 이어 셀틱스의 사장 겸 단장으로 보직을 옮긴다. 단장으로서 '애제자' 마커스 스마트를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유니콘'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를 데려왔다. 또한 리그 내 최고의 수비력을 가진 선수 중 하나인 즈루 할러데이를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데릭 화이트를 트레이드로 데려왔고, 브라운에게도 거액의 슈퍼맥스 계약을 안겨주며 전력을 지켜냈다.

이외에도 스티븐스는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 내줬던 알 호포드를 켐바 워커와 바꾸면서까지 다시 보스턴으로 불러들였다.

스티븐스 단장이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데려온 선수들은 기대에 부응하며 팀의 주전급 선수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고, 우승에 기여하는 등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괴짜' 마줄라, 파격 전술로 우승 이끌다
조 마줄라 보스턴 감독 [사진=AP·연합뉴스]

보스턴의 마줄라 감독 선임은 꽤 파격적이었다.

지난 2022년 이메 우도카 전 감독이 여성 스태프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켰고, 당시 보스턴은 1988년생의 어시스턴트 코치를 맡고 있던 마줄라를 임시 감독으로 깜짝 선임한 뒤 2023년 정식 감독으로 임명했다. 감독의 사생활로 인해 감독이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마줄라는 팀을 잘 추스른 뒤 2022~2023시즌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시켰고, 2023~2024 시즌에는 팀을 NBA 정상에 올려놓았다.

마줄라 감독은 3점슛에 집착하는 남자다. 과거 센터들이 득실대던 2점슛 중심의 농구에서 현대 농구는 3점슛을 과감히 쏘는 농구로 변모했다. 이 과정에서 보스턴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무려 평균 42.5개에 달하는 3점슛을 쐈다. 30개 팀 중 유일하게 팀 평균 3점슛 개수 40개를 넘겼다. 3점슛 성공률도 38.8%로 오클라호마시티에 이어 2위였다. 다만 오클라호마시티의 평균 3점슛 시도 개수가 34.2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외에 보스턴의 우승 요인으로는 강력한 수비가 꼽힌다. 보스턴은 더블팀 수비보다 일대일 수비를 강조하는 팀이다. 대개 많은 팀들이 상대 에이스를 막기 위해 더블팀을 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화이트, 할러데이, 브라운, 테이텀, 호포드 등 개인 수비 능력이 출중한 선수들이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보스턴은 과감한 전·현직 단장들의 결단과 3점슛에 집착하는 '미치광이' 전술로 파이널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많은 팀들에게 있어 '진정한 리빌딩'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