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유럽 극우가 청년들을 사로 잡은 비법
2024-06-17 06:00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28) 앞에는 스타란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어딜 가든 젊은 층의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그를 추종하는 이른바 '바르델라 마니아'는 그가 와인만 마셔도 열광한다.
바르델라는 정치인보다는 인플루언서에 가깝다. 그의 공식 일정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관리하는 팀이 항상 동행한다. 그의 인스타그램과 틱톡 계정 폴로어(팔로어) 수는 각각 65만명, 105만명에 달하며, 이들 대부분은 30세 미만이다. 바르델라가 과자를 먹거나 게임을 하는 쇼츠 영상의 조회수는 수십만 건에 육박한다.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그가 이끄는 RN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르네상스당을 가뿐히 따돌렸다. RN의 돌풍에는 바르델라가 SNS를 통해 구축한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가 한몫했다. 과거 '고리타분'의 상징과도 같았던 RN을 젊고 카리스마 넘치는 정당으로 포장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프랑스만의 일이 아니다. 극우 독일대안당(AfD) 소속 막시밀리안 크라 유럽의회 의원은 SNS 영상에서 “독일의 젊은 남성 3명 중 1명은 모솔(모태 솔로)이다. 진짜 남자는 극우 편에 선다. 이는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말한다. 어처구니없는 그의 발언은 인기를 얻었고, AfD는 제2세력으로 부상했다.
청년들은 좌파를 지지한다는 게 통념이다. 5년 전만 해도 이는 맞았다. 당시 유럽 청년들은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는 녹색당을 지지했다. 유럽 극우가 오랜 기간 선거 연령 하향 조정에 반대한 이유다.
SNS는 젊은 유권자를 겨냥한 치열한 전쟁터가 됐다. 틱톡 금지를 외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부랴부랴 틱톡 계정을 열고 선거 운동에 나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