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역대 최장 공매도 금지… 시장 반응은 '갑론을박'

2024-06-17 07:09
"최장 기간 공매도 과도한 조치" VS "이번 기회에 시장 질서 회복해야"

[사진=연합뉴스]


공매도가 사실상 내년 3월 이후에나 재개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시장 참여자들 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학계에서는 최장 기간 거래가 중단되는 공매도를 두고 과도한 조치라는 부정적 시각과 이번 기회에 시장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부딪히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제도 개선 최종안이 도출된 만큼 당국 규정에 맞는 시스템 구축에 분주한 모양새다.
 
13일 정부와 여당, 금융당국, 유관기관은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을 주제로 민당정협의회를 개최하고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을 계기로 공매도 거래가 전면 중단된 이후 논의를 이어가던 여러 안들이 최종 확정됐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 구축이 완료될 때까지 공매도 재개를 미루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30일까지로 예정돼 있던 공매도 전면 금지가 내년 3월 30일까지로 연장된다"며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다음 달 1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공매도 금지 기간은 적어도 1년 5개월 이상 이어지게 됐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8개월(2008년 10월 1일~2009년 5월 31일), 유로존 재정위기 3개월(2011년 8월 10일~2011년 11월 9일), 코로나19 1년 2개월(2020년 3월 16일~2021년 5월 2일)을 뛰어넘는 역대 최장 거래 중지 기간으로 남을 전망이다.
 
학계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교수는 "자본시장 공정성 회복을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강수를 둔 이상 어설프게 거래를 재개하는 것보다 시장 질서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다시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증권학회 또 다른 교수는 "이미 지난해 11월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단행하면서 외부에서는 국내 자본시장을 정책적 일관성이 결여된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거기에 거래 금지 기간이 연장된 점을 미뤄 보았을 때 향후 거래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매도 제도 개선 최종안이 발표되면서 증권가는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번 개정안에 대해 연내 개정을 목표로 국회와 적극 협의해 입법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특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기 위해 공매도 목적의 대차·대주 상환기간이 90일, 총 12개월로 일원화되면서 거래가 재개될 때까지 적응 기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 역시 이 규제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 기간이 통일되면 상환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연장을 계속해야 하고 1년 내에는 포지션 청산을 해야 하는 등 업무적으로 손이 더 가고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것 같다"며 "과거에 비해 시장 조성이나 유동성 공급을 하는 데 있어 번거로워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업무 절차도 대폭 확대된다. 제도 개선 최종안에 따르면 글로벌 IB(투자은행)의 공매도 주문을 수탁하는 국내 증권사는 각 기관 잔액관리 시스템과 내부통제 기준을 매년 점검하고 확인된 기관‧법인만 공매도 주문을 수탁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아직 증권사들은 시스템 구축을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안이 내려온 상태도 아니고 외부 점검 역시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된 게 없는 상황"이라며 "시스템 관련해서는 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 내부통제 및 시스템 점검은 금융감독원 지침을 받은 후에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에 NSDS가 설치되니깐 그 시스템에 맞춰 연동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아직 NSDS에 대한 내용을 받은 게 없어 대략적인 구상만 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공문을 받아봐야 시스템 설치 비용이나 구동 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짜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