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왕고래 사냥' 꿈으로 끝나지 않기를

2024-06-14 07:00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여느 때처럼 기자실에서 그날의 기사 계획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조용했던 기자실이 소란스러워졌다. 단체 채팅방에서도 잇따라 알림음이 울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국정브리핑을 개최하는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참석한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나온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도 산유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것.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배럴의 천연가스와 석유 매장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정부는 밝혔다. 

매장 가능성은 어떻게 확인했을까. 미국의 심해 분석 전문기관인 액트지오(Act Geo) 측에 의뢰해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이내 액트지오에 대한 의문이 쏟아졌다. 회사 직원 수가 14명에 불과한 데다 주소 역시 미국의 한 가정집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액트지오와 회사 설립자인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자 결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최남호 2차관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속 시원한 해명을 기대했으나 브리핑 내용은 다소 싱거웠다. 요약하자면 '신뢰할 만한 프로젝트이니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여론은 싸늘하다. 여러 여론조사 기관이 국민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은 결과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산업부 측 해명이 국민들 마음을 돌리지 못한 셈이다.

정부는 시추공 하나를 뚫을 때마다 최소 1000억원 이상 비용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추공을 5개 이상 뚫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비용은 5000억원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률은 20%로 다른 프로젝트보다 높은 편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성공률 20%를 뒤집어 말하면 실패할 확률이 80%에 달한다는 의미다.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에게 불친절했다. 믿어 달라는 말과 함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 '정해진 것이 없다'는 답변으로 감정에만 호소했다.

우리나라에서 석유를 생산해 낸다면 싫어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미 정부는 1976년 한 차례 국민을 속인 전력이 있다. 이번 대왕고래 사냥이 백일몽으로 끝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니면 말고'식 사업 추진은 곤란하다. 정부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