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시장 잡아라'...현대차 배터리 개발에 속도

2024-06-12 05:00
전기차 적용해 가격경쟁력 확보...UAM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
향후 10년간 배터리 분야에 9.5조 투자...미·인니 합작공장 가동도

전기차 전환이 궤도에 오르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배터리 자체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개발한 배터리를 핵심 전기차 모델에 적용해 보급형 시장 선점에 소매를 걷어붙였고 해외 협력과 원료 투자, 인재 확보를 통해 다목적 차(PBV),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사전계약을 실시한 소형 전기차 EV3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MCN 배터리가 적용됐다. 배터리 양극재에 쓰이는 니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하면서 차 가격을 3000만원대로 낮췄다. 기아의 주력 시장인 유럽과 중국 업체들의 입지가 커지고 있는 동남아 등에서 경쟁력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전기차 1위 업체 비야디(BYD)는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서 2000만~3000만원대의 아토3, 돌핀 모델을 앞세우며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5세대 싼타페 하이브리드에도 자체 제작 배터리가 적용됐다. 배터리는 독자 개발하고 SK온에서 위탁해 생산하는 방식이다. 내년에는 중국 기업들이 주로 생산한 저렴하고 안정적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신흥 시장용 신차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김창환 전무를 주축으로 한 배터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인재 영입과 합작사 설립, 투자를 통해 내재화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해 자체 개발에 성공할 경우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테슬라는 원통형배터리 양산에 이어 흑연, 리튬 등 소재 공장 구축까지 나서며 가격을 최대 20%까지 낮추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BYD는 배터리 생산과 전기차 제작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1000만원대의 저가 전기차로 동남아 공세에 나섰다. 현대차도 배터리 셀 개발을 통해 원가를 2018년 기준 2026년에 75% 수준, 2030년에는 45% 수준까지 낮춘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뿐 아니라 PBV, UAM, 로봇을 미래 모빌리티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어 이를 대응하기 위해서도 배터리 개발이 요구된다. 회사는 향후 10년간 배터리 분야에 9조5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LG에너지솔루션·SK온과 미국에 설립한 연산 30만대 분량의 배터리 합작공장 가동을 시작한다. 미국과 인도네시아 합작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차·기아 배터리 소요량의 20% 이상을 수급받을 수 있다. 2028년 이후에는 소요량 70% 이상을 합작을 통해 조달한다는 목표다. 

소재의 안정적 수급과 글로벌 공급망 규제를 넘어서기 위한 해외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초 중국 성신리튬에너지·간펑리튬과 각각 4년간 수산화리튬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2031년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에 필요한 물량 중 절반가량의 니켈을 고려아연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차세대 배터리는 해외 스타트업과 협업 중이다. 미 솔리드파워와 전고체 배터리, 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과 리튬메탈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쯤 SES 반고체 기반의 리튬메탈 배터리를 테스트할 예정이다. 올해 구축되는 의왕연구소의 연구동에는 소규모 시범 생산 라인을 마련해 생산 검증도 이어갈 계획이다. 
 
EV3 [사진=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