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인플레의 뒤안길] "택시·세탁 끊은 지 오래"…동네 슈퍼·호프집 1000개 넘게 증발

2024-06-12 04:55
호프집 2152개ㆍ노래방 1381개 감소
코로나 피해 회복도 전에 이중고
"체감 물가는 지표보다 높을 것"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에 부착된 대출 관련 정보. [사진=연합뉴스]
3년 가까이 이어진 장기 인플레이션 터널을 지나며 서민 가계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삶이 극도로 피폐해지고 있다. 택시비·세탁비 등 민생과 직결된 항목 대부분은 가격 상승률이 두 자릿수 이상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전국 슈퍼마켓과 노래방, 호프집 등도 각각 1000개 넘게 증발하며 동네 분위기를 침울하게 만들었다. 경기 회복세가 완연하다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 당국 주장이 먼 나라 얘기로 들리는 이유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등 지표를 세부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말 기준 소비자물가는 2년 전인 2022년 1분기 말과 비교해 7.74% 상승했다. 2022년 1분기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던 시기다. 

밥상 물가로 불리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12.04% 급등한 가운데 소비자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물가)도 7.42% 올라 민생고를 키웠다. 

특히 생활 밀착형 서비스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목욕료가 22.33% 뛰었고 세탁료(19.53%), 택시비(20.90%), 간병도우미(19.01%), 대리운전(16.00%), 세차료(14.73%) 등도 두 자릿수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40대 회사원 A씨는 "양복과 와이셔츠 등을 맡기던 동네 세탁 프랜차이즈 업체 이용을 끊은 지 한참 됐다"며 "야근이나 회식으로 귀가가 늦어져도 웬만하면 택시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타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고물가에 3%대 고금리까지 엄습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줄폐업이 발생하고 있다. 

서민들이 무시로 찾는 동네 슈퍼마켓은 지난 3월 기준 총 2만7247개로 2년 전보다 4.5%(1226개) 감소했다. 대폿집·선술집 등 간이주점이 10.5% 줄었고 호프집(-8.9%), 노래방(-5.2%), 이발소(-2.6%), 식료품 가게(-2.3%) 등도 대거 자취를 감췄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 실질소득은 450만8121원으로 2022년 1분기 대비 6만7108원 줄었다. 물가 상승률이 명목소득 증가율을 웃돌면서 가계 소득이 사실상 줄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거시 지표 개선에 안도하기보다 서민 체감 경기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정책 수립·집행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동시에 상승하며 서민형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형국"이라며 "서비스물가는 나라 밖에서 저렴하게 수입할 수도 없어 서민들이 체감하는 정도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임금은 물가 상승률만큼 오르지 않는데 생활비는 계속 뛰니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함께 찾아온 상황이라 경제고통지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