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극우 돌풍…중러 견제·그린딜 흔들리나

2024-06-10 17:06
親EU 정당 힘 약화 "단합된 목소리 내기 어려워져"
불확실성 극대화에 유로화 가치 하락
무역 및 외교정책 분열 가능성…그린딜은 제동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사진=AFP·연합뉴스]

9일(이하 현지시간)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세력이 약진하면서 유럽연합(EU)이 안보, 환경, 외교정책 등에서 단합력을 잃을 전망이다. 유럽 내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10일 외환 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장중 0.5% 가량 하락하며 1개월래 최저 수준인 유로 당 1.0750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유럽의회가 발표한 예상 의석수 분석 자료에 따르면 극우 정당 및 EU에 회의적인 세력이 유럽의회 전체 720석 가운데 약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프랑스의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 등이 소속된 극우 정치그룹 정체성과 민주주의(ID) 의석은 현재 49석에서 57석으로 확대되고,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강경우파 정치그룹 유럽보수와개혁(ECR)은 69석에서 71석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친(親)EU 3개 정당은 의회 과반은 유지하겠지만, 의석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은 15석이 증가한 191석을 얻어 유럽의회 내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제2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소속된 중도 성향의 자유당그룹(RE)은 모두 의석이 줄어들 전망이다.
 
유럽의회는 지금까지 친EU 정당들이 하나로 뭉치며 안정적 세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극우파들이 힘을 얻으면서, 각종 정책에서 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전문가는 우선 유럽의 그린딜(친환경) 정책이 흔들릴 것으로 봤다. 친환경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녹색당-유럽자유동맹(EFA)의 의석은 71석에서 53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EU는 2030년을 목표로 청정에너지 활성화 및 탄소 배출량 완화 등의 친환경 정책을 다수 수립했다. 극우파는 내연차 판매 단계적 폐지 등의 법률에 제동을 걸며 에너지 전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대중국 무역 의존도 완화 시도 역시 방해를 받을 수 있다. EU 내 일부 지도자들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호주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EU 회의론자들은 이에 비판적이다. 다만 멜로니 총리 집권 후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에서 탈퇴한 점에 비춰 볼 때, 극우파가 대중국 무역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다. 
 
외교정책도 분열될 수 있다. 독일 대안당(AfD), 오스트리아 자유당(FPÖ), 이탈리아 동맹(Lega) 등은 친러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멜로니 총리가 있는 이탈리아 형제단(Fdi)은 친우크라이나 성향이다. 극우파는 러시아를 공개 지지하는 반면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는 회의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서는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할 전망이다.

이민 정책은 한층 강경해질 수 있다. 멜로니 총리는 아프리카 난민들을 차단하기 위해 아프리카 경제 발전에 55억 유로(약 8조144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