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생명보험회사의 고령시장 사업전략
2024-06-10 18:00
시장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구조적 변화가 국내 고령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변화의 요인은 우선 고령 인구 수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베이비붐 1세대(1955~1964년 출생자)가 모두 60대가 되는 2025년에는 60세 이상 인구 수가 약 1473만명이 된다. 2세대(1965~1974년 출생자)가 60대가 되는 2035년에는 60세 이상 인구 수가 거의 2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35년의 60세 이상 인구 수는 30대부터 50대까지를 모두 합친 인구 수와 거의 비슷한 규모가 된다. 숫자 측면에서만 본다면 두 인구 그룹이 거의 유사한 시장 규모를 가지게 된다.
변화의 두 번째 요인은 고령층의 경제적 여력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에 도입됐기 때문에 현재의 80대는 60세 퇴직을 가정했을 때 국민연금을 10년 납입했고, 70대는 20년 납입했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30년을 납입하게 돼 이전 세대보다는 경제적 여력이 향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경제적 여력을 가진 고령 인구가 증가하게 되면 기업에서는 고령시장의 중요성이 커진다. 특히 생명보험회사에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생명보험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젊은 층으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나이 든 사람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젊은 층이 감소하고 고령층이 증가하게 되면 구조적으로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커지고 있는 고령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보장 관련 사업에는 질병과 상해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이 해당하고, 돌봄 관련 사업에는 장기 요양 서비스나 실버타운 등이 해당한다. 자산관리와 관련해선 은퇴 이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인출전략, 고령층 자산의 약 80%를 차지하는 부동산의 유동화, 치매 등으로 인해 자신이 직접 자산관리를 하기 어려운 경우의 대리 자산관리와 상속 등을 포함한 사후 자산관리 등이 해당한다. 웰빙 분야에선 창업 및 재취업 관련 교육, 헬스케어, 여행 관련 사업 등이 해당한다.
아울러 맥킨지가 첫 번째로 제안한 사업전략이 플랫폼화였다면, 두 번째는 브랜드화다. 아직 국내의 경우에는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는 고령자 특화 사업자가 없는 것 같다. 영국의 경우에는 사가(Saga)라는 사업자가 있는데, 50대 이상을 고객층으로 하는 고령자 특화 사업자이다.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은 여행, 보험, 주택연금, 저축상품, 투자상품, 유언서 작성이나 검인 관련 법률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고령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잡지를 발간하고 있는데, 월간지로는 영국에서 최대 부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고령층 특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서 고령층과의 접점을 넓혀 나가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회사들도 본체에서 고령층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자회사를 만들고 자회사가 고령층 특화 사업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브랜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