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트렌드] "디지털 G3 국가 도약"…IITP 10년, K-R&D 이끈다

2024-06-11 06:00
올해 통합 출범 10주년 맞아
ICT R&D 30년 성과 살펴보니
AI·AI반도체·양자 연구에 집중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5세대 이동통신(5G)·위성 등 통신분야부터 인공지능(AI)·자율주행·양자·소프트웨어 등 ICT 전반에 걸친 기술 혁신을 지원해왔다. 

통합 출범 이후 지난 10년간 다져온 성과는 우리나라 정보통신 R&D 30년 역사의 큰 축을 담당한다. IITP는 이에 머물지 않고 한국이 디지털 세계 3대 강국(G3)으로 나아가기 위한 미래 혁신 R&D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DMA·5G 상용화부터 AI주권 확립까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IITP 출범 10주년(ICT R&D 30+) 기념식'을 가졌다. 홍진배 IITP 원장(오른쪽 둘째)이 출범 10주년 기념식에서 비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정보통신기획평가원]

정부가 ICT R&D에 나선 건 30년 전부터다. 지금까지 △시분할전전교환기(TDX)와 광대역통합망(BcN)구축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세계 최초 상용화 △5G 세계 최초 상용화 △엑소브레인·딥뷰를 통한 AI 주권 초석 △세계 시장에 선보인 AI반도체 등의 성과를 거뒀다.

국가 주도로 광대역통합망을 구축한 결과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국가로 평가받는다. 광대역통합망은 통신·방송·인터넷 등을 통합한 광대역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는 품질보장형 통합 네트워크다. 정부는 1990년대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을 추진, 이후 통신방송인터넷 통합과 신성장동력산업 토대 마련을 위해 광대역통합망 구축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추진했다. 광대역통신망 초기, 자동화기기(ATM) 교환기 개발을 시작으로 인터넷(IP)과 광네트워크(가입자망·전달망) 기술이 핵심으로 부각됐다. 

CDMA 기술 상용화를 기반으로 한국이 이동통신 강국으로 도약하는 초석이 마련됐다. 정부는 증가하는 이동통신 가입자를 폭넓게 수용하기 위해 1992년 CDMA 방식의 2세대 이동통신(2G) 기술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1995년 6월 CDMA 상용시험에 성공했고, 1996년 1월 신세기통신과 한국이동통신이 디지털 방식의 CDMA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후 1997년 10월부터 한국통신프리텔·LG텔레콤·한솔PCS 등 3개 업체가 CDMA 기반 개인휴대통신(PCS)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CDMA 상용화를 통해 휴대단말기뿐 아니라 시스템·중계기·계측기 등 CDMA 통신 장비에 대한 국내 생산 활성화는 물론, 해외 이동 통신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IITP는 정부 주도의 ICT R&D 30년 역사와 역량을 한 곳으로 집결한 기관이다. 현재 국내 정보통신 분야 R&D와 인재 양성을 전담하고 있다. IITP는 2014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분산된 ICT R&D 전담 기능을 통합해 설치됐다. 출범 초기 인력 양성과 기반 조성을 위한 표준화 기능 이관 작업을 거쳤고, 2018년 현재 명칭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으로 기관명을 변경했다.  

지금은 AI·AI반도체·차세대 통신·사이버보안 등 국가 전략 기술 확보를 위한 중장기 기술 로드맵 수립부터 정책 발굴, 대형사업의 기획·평가 등 디지털 혁신 분야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본부 8단 1실 41팀에서 총 358명이 근무 중이다.

IITP는 정식 개소한 2014년 이후 본격적인 국가 R&D 중장기 로드맵은 물론 통신 외에 AI·양자·소프트웨어 등 ICT 기술 개발 영역을 넓혔다. 우선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초연결 시대를 앞당겼다. 4G 서비스 이후 국산 통신 장비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2017년 정부 주도로 5G 상용화 로드맵을 추진했다. 5G 주파수 경매와 기지국 장비 인증 절차를 거쳐 2018년 12월 세계 최초로 5G 전파를 발사했다. 2019년부터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일반 사용자 대상으로 3.5기가헤르츠(GHz) 대역 상용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실감콘텐츠,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등 5대 융합서비스 실증을 추진할 수 있었다. 이동통신 3사를 중심으로 라이브스테이지, 5G·AI 방송 서비스 등 초연결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도 창출됐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 30년 성과 그래픽 [사진=정보통신기획평가원]

AI 분야에선 한국어 AI와 영상 분석 기술 개발 등에 집중 투자했고, 그 결과 AI 주권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ITP는 2013년 빅데이터와 AI 결합을 통한 한국형 AI(자연어 심층 질의응답 기술) 개발을 위해 'SW컴퓨팅산업원천기술개발(현재 명칭 혁신성장동력프로젝트)' 사업을 시작했다. 

국산 한국어 AI 개발을 목표로 10년간(2013년 5월~2023년 2월) 총 630억원을 들여 '엑소브레인' 사업을 추진했다. 엑소브레인 개발을 통해 솔트룩스 '루시아', 마음AI '마음GPT' 등 초거대언어모델(LLM)이 탄생하는 초석으로 작용했다. 영상 속 데이터를 사람처럼 인식·분석하기 위해 예산 595억원을 투입한 '딥뷰(2014년 4월~2024년 2월)' 사업을 추진했다. 딥뷰가 탑재된 CCTV를 통해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 실시간 응급 요구조자 탐지 등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기도 했다. 

엑소브레인과 딥뷰 사업의 기술적 성과는 △국내외 논문 약 1600편 △국내외 특허출원 695건 등록 274건 등이다. 경제적 성과는 △기술이전 92억원 △사업화 307억원 △코스닥 상장 4개 업체(솔트룩스·마음AI·이노뎁·코난테크놀로지) 등이 꼽힌다.

최근에는 정부 주도로 AI반도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AI 기술 발달과 일상화에 따라 AI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에 대한 특정 기업의 독점과 과도한 전력 사용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존 GPU의 낮은 에너지 효율과 특정 기업 의존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AI 연산에 최적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술개발과 기존 저장(메모리)과 연산(프로세서)이 분리된 컴퓨팅 방식에서 연산과 저장을 동시에 하는 프로세싱인메모리(PIM)반도체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ITP는 NPU와 PIM 반도체 개발 지원을 위해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과 'PIM인공지능반도체핵심기술개발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AI반도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까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 228건 △특허 국내 출원 404건·국내 등록 96건 △특허 해외 출원 97건·해외 등록 12건 등의 성과를 거뒀다. 국내 AI반도체 기업 가운데 리벨리온은 현재까지 투자유치 2770억원을 달성했다. 퓨리오사AI는 총 156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AI반도체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홍진배 원장 "디지털 G3 도약에 기여할 것"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IITP 출범 10주년(ICT R&D 30+)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보통신기획평가원]
IITP는 미래 중점 혁신 기술로 AI와 AI반도체, 양자 기술을 꼽았다. 이를 통해 한국이 디지털 G3 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R&D 혁신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전체 예산은 1조3947억원으로 이 중 R&D 예산은 1조323억원(74%)이다. 현재 디지털 혁신 기술 6대 분야는 △AI △AI반도체 △5G·6G·위성 △양자 △사이버보안 △메타버스 등이다. 

우선 기존 생성 AI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범용AI(AGI) 기술과 경량화·저전력화 기술 등 핵심 기술 확보에 집중한다. 높은 데이터 의존성과 멀티모달을 활용한 다중감각인지 능력 부족 등 현 AI의 학습능력·활용성을 개선하는 사업과 생성 AI의 환각·편향성 등 기술 한계극복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국 등 선진국과 산·학이 참여하는 AI 개방형 연구거점 구축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AI 연구거점 프로젝트와 글로벌 AI 프론티어랩을 추진한다. AI 연구거점 프로젝트의 경우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360억원 투입을 목표로, 올해에는 국비 40억원을 투입한다. 최근 한·미 AI 협력 강화를 위해 미국 뉴욕대에 '글로벌 AI 프론티어랩' 구축을 추진 중이다. 튜링상 수상자이자 글로벌 AI 4대 석학으로 불리는 얀 르쿤 뉴욕대 교수, 삼성호암상 공학상 수상자이자, 임용 4년 만에 종신교수로 임명된 조경현 뉴욕대 교수가 프론티어랩 공동 소장을 맡는다. 특히 프론티어랩은 기존 국제공동연구 방식과 차별화해 초기부터 국내외 기관·전문가가 함께 연구과제를 공동 기획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이를 통해 향후 해외 현지에 물리적 공동연구랩을 신설해 양국 연구자 간 더욱더 긴밀한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할 계획이다. 

저전력 AI반도체 G1 달성을 목표로 한 기술력 확보에 집중한다. 올해 NPU·PIM 등 반도체 하드웨어(HW) 기술에 예산 557억원을 투입한다. 소프트웨어(SW)통합플랫폼 등 반도체 시스템SW 기술 개발에는 127억원, 데이터센터 고도화를 위한 인터페이스 기술에 7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아직 상용화 전 초기 단계인 양자기술 선점을 위해 양자통신·양자센싱 등 코어 역량을 강화하고, 개방형 양자팹을 통한 양자기술 제작 노하우를 확보해 다가올 '양자산업화 시대'를 준비한다. 이밖에 6G·저궤도위성 등 차세대통신, 사이버보안 등 인프라 기술과 미디어콘텐츠, 공간컴퓨팅 등 서비스 기술까지 관련 생태계 조성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IITP는 디지털 혁신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AI·디지털 혁신을 선도할 수 있도록 최고급 인재 배출기반을 고도화·다변화하는 한편, 비전공자 대상 최고급·실무 인재로의 성장 등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올해 3624억원 예산을 투입한다. AI와 같은 전략기술 R&D 역량을 갖춘 '핵심인재' 양성을 위해 AI대학원, 대학ICT연구센터(ITRC), SW마에스트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등을 집중 지원한다. 또 현장형 실무인재를 키우는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을 올해 58개로 대폭 확대하고 2027년까지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인재 양성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올해 글로벌 예산은 전년 대비 65% 늘어난 864억원 수준이다. 전략 분야별 글로벌 디지털 리더십을 높이기 위해 협력 채널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을 강화한다. 

홍진배 IITP 원장은 최근 열린 'IITP 출범 10주년 기념식'에서 "혁신·도전 디지털 R&D 전면 개편과 국가 디지털 정책의 시작점인 기술 개발·인재 양성 추진으로 대한민국이 디지털 G3 국가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대한민국이 세계 무대에서 ICT 강국으로 인정받아왔듯이 앞으로도 AI반도체, 5G·6G, 사이버보안 등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해 디지털 혁신의 미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과 인재 발전소인 IITP를 잘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