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팩트체크] 올해 유전개발 예산 481억...'대왕고래' 잡을 실탄 확보 난항
2024-06-10 05:00
시추 비용, 1공당 약 1000억...최소 5000억 必
올해 예산에 석유공사 충당해도 턱없이 부족
올해 예산에 석유공사 충당해도 턱없이 부족
9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오는 12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되는 첫 시추 단계를 앞두고 최소 1000억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예산 당국과 검토 중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제시한 계획은 2026년까지 동해 심해에 5개 이상 시추공을 뚫는 것이다. 시추공 1개당 비용은 8800만 달러(약 1215억원) 소요돼 계획대로라면 5000억원을 웃도는 비용이 필요하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부처별 예산요구서에 '(국내외) 유전개발사업출자'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석유공사가 국내외 유전을 개발할 때 전체 사업비 중 최대 50%를 유전개발사업출자로 지원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시추 작업 예산을 절반은 석유공사 출자로, 나머지는 정부 융자로 충당할 방침이다.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에너지 및 자원개발'에 편성된 예산은 5조776억원으로 전년(4조9304억원) 대비 1400억원 늘었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 확대와 지원 단가 상향에 6856억원, 원전·신에너지 생태계 활성화에 1000억원 등이 편성됐다.
유전개발사업출자 예산은 전년보다 59.8% 증액된 481억원이다. 올해 유전개발사업출자 예산을 모두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쏟아붓고 석유공사에 대해 정부 융자를 추진해도 시추공 1개 뚫을 비용을 마련하는 게 빠듯하다.
관련 재원 확보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당장 내년부터라도 유전개발사업 출자 예산을 대폭 늘리는 게 필수적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번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가 부담이다. 윤석열 정부는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재정 건전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예산도 656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늘리는 데 그쳤다. 총지출 증가율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여소야대인 국회 구성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확보를 위해 야당 협력이 필수적인데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 제출 자료를 검토한 뒤 투입 예산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 내정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지난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과 담당 부처가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 수조 원대 예산 지출이 예상되는 국책 사업을 발표했는지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즉시 상임위를 가동해 여야가 함께 정부에 사실관계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