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한화에어로, '유물'이라던 지상군 무기로 수출 대박"

2024-06-06 17:58
'지상무기' 강점에 '러우전쟁' 반사익
손 CEO "우리는 지상군 무기 집중"
빠른 제조·합리적 가격에 고객들 '만족'
전투기 엔진 등 사업 확장에 '추가채용'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도자료]


국내 최대 방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방산업계에서 주도권을 잡은 원인이 '지상무기'라는 한 우물을 판 결과라고 블룸버그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최근까지 군사 전문가들은 한화에어로가 21세기 전쟁에 적합하지 않은 유물(relic)로 여겼다"고 운을 뗀 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늘어난 지상군 무기 수요를 언급하며 그 분석이 틀렸다고 짚었다. 

전쟁 시작 이후로 한화에어로의 연간 무기 수출액은 11배 늘어난 11억달러(1조5103억원)를 기록했고, 주가는 약 350% 상승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화에어로는 이처럼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고자 최근 수백 명 규모의 신규 채용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통 무기로 분류되는 지상군 무기 부문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미국은 세계 방산 시스템의 40%를 보유하고 있으나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할 순 없다"며 "우리는 자주포, 장갑차, 탱크 등 '미들급'에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가 최근 6세대 전투기용 엔진 개발 계획을 밝혔지만, 여전히 기존 주력 산업에 주력할 뜻을 나타낸 셈이다.

블룸버그는 한화에어로의 성공을 글로벌 방산업계의 새로운 현상으로 인식했다. 현재 미국과 대다수 유럽 방산업체는 전략 무기, 정밀 유도무기 등 최첨단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 무기로의 전환은 상당한 비용을 수반하며, 산업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도 오랜 시간이 발생한다고 매체는 짚었다.

글로벌 제조사들이 꺼리는 지상군 무기에 집중한 것이 한화에어로의 성공적 선택이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블룸버그에 "미국이나 유럽의 방위산업체들은 이런 무기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한국산 무기는) 가장 진보된 것은 아니나 록히드 마틴과 보잉이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덕분에 최근 한화에어로는 K9자주포와 여러 발의 포탄을 이집트와 영국, 호주 등에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최근 호주에 대한 33억달러(4조5409억원) 규모의 자주포 129대 공급 계약은 독일 업체 라인메탈과 치열한 경쟁 끝에 달성한 결과였다. 당시 호주 측은 한화 제품이 자국 요구사항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호주 방위산업 관계자는 한화가 당초 공급 예상 시기보다 5년이나 앞당겨 인도할 정도로 빠른 제작과 합리적인 가격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매체는 한국산 전통 무기 제품의 제작 기간과 가격 대비 성능에 주목했다. 주력 제품인 K9자주포는 약 180일 만에 조립할 수 있어 경쟁사 대비 2~3배 짧은 제작 기간을 자랑한다. 또한 발생하는 부대 비용이 적어 1대당 가격이 글로벌 경쟁사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350만달러(약 49억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눈여겨봤다.

이러한 한국산 방산 제품의 강점은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한국 내 경쟁사들이 공유하는 특징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나아가 한국의 무기는 칭찬할 만한 품질, 미국과 서방 무기에 비해 저렴한 가격, 그리고 배송 효율성이 돋보인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전 세계 방산 제품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값싸고 믿을만한 한국산 지상군 무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은 6.8% 늘어 2009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한화에어로는 최근 첨단 항공기 엔진 사업에 뛰어든 사실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 통신 등을 통해 보도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