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아프리카 진출, 더 늦기 전에 본격 시동 걸어야

2024-06-05 21:13
경쟁국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진출해야

[김상철 동서울대 중국비지니스학과 교수]
 

 
6월 4~5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나름대로 상당히 의미 있는 행사이었지만 포항 유전 개발이나 국회 개원 등 다른 국내 이슈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점이 아쉽다. 시의적으로나 외교·경제적으로 중요한 이벤트라는 객관적인 평가가 무색하게 국민적 관심은 늘 미래보다 현재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이번 회의에 초청된 48개 아프리카 국가 중 25개국 정상이 참가하고, 나머지 국가는 대표단을 보냈다. 국내에서 개최된 최대 규모의 다자 정상회의이면서, 그것도 아프리카 국가의 정상들과 서밋이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신선하기까지 하다. 이미 아프리카는 글로벌 커뮤니티의 중요한 일원이 되고 있고, 변방에서 점점 더 중심축으로 이동하고 있기도 하다.
 
미·중 충돌 격화로 세계가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국가 간의 편 가르기가 한창 진행 중이다. 경제적으로는 공급망 재편이 빠르게 진행하면서 중국의 위상이 약화하고 인도나 동남아 국가들이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 중이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도 중국에서 보따리를 싸고 베트남으로 대거 이동하였고, 지금은 인도로 몰려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도 한국 기업의 영원한 둥지가 될 수는 없다. 10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여기서도 떠나야 할 시기가 반드시 온다. 그래서인지 2030년을 전후하여 아프리카의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 새롭게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와 있기도 하다. 중국이나 미국, 일본이나 인도 등 경쟁국들이 벌써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면서 아프리카 시장 선점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가장 먼저 시동을 건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덜 미치면서 상대적으로 먹거리가 풍부한 지역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매우 적극적이다. 아프리카는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带一路)' 프로젝트의 주요 거점이기도 하다. 중국은 지난 2000년부터 중국은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FOCAC)’를 3년마다 개최하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다져 나온다. 아프리카 어디를 가더라도 중국의 흔적을 볼 수 있을 정도다. 막대한 차이나머니를 뿌리면서 민관이 협력하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상당한 규모의 아프리카 핵심 광물 개발권이 중국 손에 넘어가 있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가 중국의 신(新)식민지라는 구설과 더불어 갖은 잡음과 현지인의 분노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뒤늦게 아프리카 중시 전략으로 선회했다. 자칫 아프리카 대륙이 친(親)중국으로 바뀔 수 있겠다는 우려가 가시화되면서 ‘신(新) 아프리카 전략’을 서둘러 발표했다. 2022년 12월 8년 만에 아프리카 45개국 정상을 워싱턴으로 초청하여 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2023년 11월 남아공의 ‘미국-아프리카 성장기회법(AGOA) 포럼’에서 2025년 9월 만료 시한인 이 법을 20년 더 연장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역내에서의 동맹 확대를 위해 경제 협력을 골격으로 한 ‘인도·태평양 경제협력 프레임워크(IPEF :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에 전개하고 있다. 이의 연장선에 있는 글로벌 사우스에 위치한 아프리카 대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판이다.
 
핵심광물 공급선 다변화에 더해 한국 기업 전초기지 구축할 필요
 
일본과 인도의 움직임도 우리보다 민첩하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기능 변신을 한 종합상사 위주로 한 프로젝트 개발 방식에 치중한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역내에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중국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도 하다. 인도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아프리카 시장을 그냥 보고 두고 있을 리는 만무하다. 아프리카 전역에 산재해 있는 인교(印僑)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저인망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단순한 무역이 아닌 현지 기업과의 ‘관계 중심’으로 사업을 풀어나가면서 상품 수출,혀지 생산, 서비스업 진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아프리카를 묶어 인도·태평양의 중심국가로 부상하려는 저의를 숨기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인구 14억의 ‘젊은 대륙’에다 핵심 광물 보유 대륙(전 세계 생산의 50~90%)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8%에 달하는 등 잠재성장률 측면에서 타 대륙보다 월등히 높다. 각종 인프라 시장을 비롯하여 상품 수요 등 한국과의 국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만 당장 손에 잡히는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는 우리가 상대적으로 이 대륙을 소홀히 평가한 데서 기인하고 있지나 않은지 되돌아볼 일이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우리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다자 정상회의를 이제라도 개최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이번 회담의 결과로 동반성장·지속가능성·연대·향후 계획 등 4개 항의 공동선언문이 잘 굴러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48개국과‘핵심 광물 대화체’를 만든 것이 가장 주목되는 분야다.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기도 하고 우리의 미래 첨단산업 경쟁력 제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만 대화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 협력으로 확대되려면 단계적으로 구체화하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과 같이 ‘먹튀’가 되지 않고 광물 개발과 더불어 부가가치 제고를 통해 상호 윈-윈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동(東)아프리가 국가에 한국 기업 진출 전초기지를 구축하여 제조업은 물론이고 무역이나 물류 혹은 관광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경제 영토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이나 인도 등 기존 경쟁국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이익을 공유해 나간다면 새로운 이정표가 만들어질 것이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이제부터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