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PC 두고 인텔·AMD·엔비디아 기싸움...삼성·하닉 낙수효과 기대↑

2024-06-04 16:30
인텔 "올 1분기 경쟁사 다 합쳐도 우리만 못 해"
엔비디아 "생성 AI 선두주자는 우리...소비자 GPU에도 적용"
AMD "AI PC 최고성능 자신...인텔 잡겠다"
소비자용 D램과 낸드 수요 증가 효과도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가 4일 대만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삼성메디슨이 인텔과 협력해 태아 상태를 파악하는 AI 기술을 개발한 것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인텔, AMD,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이 대만 컴퓨텍스 2024 행사에서 인공지능(AI) PC 시장 공략을 위한 새 프로세서(처리장치)와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올 상반기 경쟁은 반 세기 동안 견고한 파트너 생태계를 구축한 인텔의 승리로 끝났지만 새 프로세서로 인해 하반기 접전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텍스 기조연설을 통해 "(AMD, 엔비디아, 퀄컴 등) 경쟁사가 AI PC 시장에 진입할 준비를 하는 동안 인텔은 이미 대규모로 시장에 제품을 공급했다"며 "올 1분기 경쟁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AI PC 프로세서를 공급했다"고 강조했다.

AI PC는 언어·이미지·영상 생성 AI를 자체 성능으로 추론(실행)할 수 있는 PC 또는 노트북을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운영체제와 초거대언어모델(LLM)을 결합한 '코파일럿 플러스'를 선보이면서 관련 시장이 본격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6년 연말이면 모든 기업용 PC가 컴퓨터 내에서 생성 AI를 추론할 수 있는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포함된 AI PC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했다.

겔싱어 CEO는 올 3분기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NPU 등 이종 반도체를 칩렛 구조로 결합한 '루나레이크'를 출시하고 20개 PC 제조사를 통해 80개 이상의 AI PC에 탑재해 소비자에게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개 PC 제조사에는 대만·미국 주요 PC 업체와 함께 삼성전자·LG전자가 포함됐다.

이날 겔싱어 CEO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발언과 달리 무어의 법칙은 계속된다"며 엔비디아에 대한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의 창립자 고든 무어가 제창한 반도체 이론으로, 반도체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18~24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황 CEO는 지난 2일 기조연설을 통해 무어의 법칙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며 엔비디아가 (인텔 등) 경쟁사보다 우월한 기술을 갖췄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황 CEO는 자사 소비자용 그래픽카드(RTX)야 말로 AI PC에 가장 적합한 하드웨어라며 소형언어모델(SLM)을 소비자 PC·노트북에서 추론할 수 있도록 압축하는 'RTX AI 툴킷'과 소비자 게임 경험을 AI로 분석하는 'G-어시스트'를 공개했다. 또, 최신 3D 게임을 AI를 활용해 한층 쾌적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DLSS(딥러닝슈퍼샘플링)'를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강조했다.

AMD도 AI PC용 프로세서 '스트릭스포인트(라이젠 AI 300)'를 공개하며 관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리사 수 AMD CEO는 3일 기조연설 자리에서 "스트릭스포인트는 출시 예정인 경쟁사 칩과 비교해도 AI PC용 프로세서 가운데 최고의 성능을 낸다"고 자신했다.

스트릭스 포인트는 루나레이크와 마찬가지로 CPU·GPU·NPU가 하나로 결합된 구조로 만들어졌다. 수 CEO는 마이크로소프트, HP, 레노버, 에이수스 등 주요 PC·노트북 제조사와 끈끈한 관계를 과시하며 올 연말 인텔로부터 AI PC 시장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고 강조했다.

AI PC 프로세서 공개로 제조사 신형 PC·노트북이 잇달아 시장에 출시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올 하반기 소비자용 D램(DDR5)과 낸드 플래시 수요 증가라는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다운턴(불황) 여파로 인해 인위적인 증산보다는 기존에 생산한 물량의 재고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