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 대사 "北, 우크라서 무기 실험…한반도서 사용 가능성"

2024-06-03 05:00
우크라, 방공 무기 필요
3월 모스크바 테러, 배후에 푸틴 가능성
北, 우크라에서 무기 실험…한반도에서 사용 가능성도
우크라 전후 재건, 인프라 분야에 한국 기업 참여 희망
15~16일 스위스서 제1차 평화정상회의…윤석열 대통령 참석 희망

[사진=우크라이나 대사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러·우 전쟁이 발발한 지도 어느덧 2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전 세계는 직간접적으로 전쟁의 여파에 노출됐고,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특히 러시아와 북한의 급속한 밀착은 우리에게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 5선 임기를 시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세의 강도를 높이며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러·우 전쟁 발발 직전 한국에 부임한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재임 기간 내내 전화(戰火)에 휩싸인 고국을 떠나 한국과 우크라이나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이달 아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도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데 있어 힘이 되어 줄 것을 요청했다.

다음은 포노마렌코 대사와 일문 일답.

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도 2년이 넘어 장기화되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은 어떠한가?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지난 2년 동안의 일이 아니라, 2014년부터 10년 동안 진행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계속해서 맞서 싸우고 있고, 우크라이나 방위군은 활발하게 러시아 군대를 분쇄하고 있다. 다만 최근 일부 요인들로 인해 우리의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무기 공급 및 자금 지원이 둔화됐다. 적과 맞서 싸우는 것은 우리의 유일한 생존 방법이다. 올해 우리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대공망과 장거리 역량을 총체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한국을 포함한 파트너 국가들로부터의 지속적인 지원을 원하고 있다.

2. 최근 미국 정부가 610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집행을 결정했다. 이것이 러-우 전쟁에서 게임 체인저(상황을 바꾸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는가?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을 채택한 것에 대해 감사한다. 이 결정은 세계의 민주주의가 보존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지원 패키지가 전선을 유리하게 개선시키고, 러시아 점령군의 손실을 높이리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데, 특히 방공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입장을 재고해서,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다양한 군수 장비를 제공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찾기 바라는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3. 지난 3월에 모스크바 인근의 콘서트 홀에서 대형 테러가 발생했는데, 러시아는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러시아의 주장을 단호히 거부한다. 우크라이나 측은 그러한 주장이 러시아 사회 내 반우크라이나 정서를 자극해 더 많은 러시아 국민들이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라는 범죄에 가담하도록 군사 동원을 늘리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동시에, 국제 사회에서 우크라이나가 신망을 잃도록 계획된 도발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특수 조직을 동원해 유혈 사태를 일으키고, 이를 이용하는 것은 푸틴 정권의 흔한 관행이다. 크렘린에 레드 라인(경계선)은 없다. 그 러시아 독재자(푸틴)에게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얼마나 많은 러시아 국민들이 죽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국제 사회가 지난 테러에 우크라이나가 연루되어 있다는 러시아의 거짓 주장을 강력하게 일축하고, 러시아의 침략 범죄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4. 러시아 대선 전후로 잇따라 중대 사건들이 있었다. 대선 전에는 러시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감옥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했고, 푸틴 대통령이 5선을 확정 지은 후에는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테러가 발생했다. 현재 러시아 상황을 어떻게 보나?
나는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을 ‘사고’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는 러시아 정권에 의해 살해당했다. 분명하고 간단한 사실이다. 우리의 서방 파트너들, 심지어는 러시아 내 (푸틴) 반대 세력들도 이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전체주의 독재정권으로, 어떠한 반대 조짐이라도 보이면 무자비하게 제거한다. 푸틴은 단계적으로 그의 권력을 확장 및 법제화했고, 국제사법재판소(ICC)가 그의 전쟁 범죄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한 1주기가 되는 날(2024년 3월 17일) 대선을 치르도록 했다.

푸틴이 계속해서 침략적이고 보복주의적 성향의 정권을 유지하는 것은 유럽과 중앙아시아에 전례 없는 위협이 되고 있다. 러시아가 무장 위협 능력을 갖추고 국제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능력이 커진다면 세계 다른 지역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는 1999년 카시르스코예 고속도로 인근 아파트 테러 사건과 같이 특수 조직을 동원해 유혈 사태를 일으킨 오랜 역사가 있다. 푸틴의 독재는 레드 라인이 없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중 미사일, 포격 및 고문 등을 통해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인을 살해한 것과 같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신의 국민들을 살해할 준비가 되어 있다.

5. 북러 협력이 늘어나면서 한국과 우크라이나, 나아가서는 유럽과 전 세계에 중대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침략국인 러시아를 지원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규탄한다. 북한이든 이란이든 아니면 다른 어느 국가든 상관없다.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한 기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이다. 바로 우크라이나인 학살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한국 지도자들은 북한이 최신 군사 기술을 받는 조건으로 러시아를 지원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또한 북한은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자신들의 무기 시험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 무기는 앞으로 한반도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나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에 더 이상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더 빨리 무기를 지원받을수록 러시아는 전쟁터에서 더 빨리 소모될 것이고, 전쟁도 빨리 끝나면서 북러 군사 협력도 중단될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한국 모두의 문제이다.

6. 무기 지원을 둘러싸고 한국과 우크라이나 간에 입장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살상 무기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살상 무기 지원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해결책이 있다고 보나?
우선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에 대해 감사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아울러 한국 국방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제공한 비살상 지원에 대해서도 매우 감사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이 올해에도 우크라이나에 계속해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으로 기대하고, 지원 규모 역시 한층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한국 정부의 우려를 이해하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제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해법을 찾는 것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한국 정부가 공격 무기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방공 시스템과 미사일, 대공 및 대포병 레이더, 대 드론 방어 시스템을 지원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양측 모두에 수용가능한 비정형적인 협력 방안과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다.

7. 올해 미국 대선이 있을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그가 재선될 경우, 우크라이나와 다른 우방국들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올해 미국 대선을 어떻게 보고 있나?
우리는 미국인들의 어떠한 민주주의적 선택도 존중한다. 우크라이나는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함께 협력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현재 전략에서 벗어나지 않고, 미국 지도부가 강력한 글로벌 정책을 추진해 나가기를 바란다. 미국은 우리가 공유한 가치, 바로 자유의 가치를 옹호할 것이라고 믿는다.

8. 우크라이나는 원래 올해 3월 말 대선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치러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대선은 언제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
맞다. 평시라면 3월에 대선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시로 계엄 상황이다. 수십만 명이 전투에 참여하고 있고, 수백만이 고향을 떠나 해외에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크라이나 헌법에 따르면 현 대통령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임기를 계속한다. 상황이 정상화되는 대로 대선이 진행될 것이다.

9. 작년 11월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했고, 대표단의 안드리 사도비 르비우 시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졌다. 당시 사도비 시장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고, 한국의 많은 기업들도 우크라이나 재건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또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나?
한국은 전후 재건이라는 중요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은 1950~1953년 전쟁 이후 재건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면서, 모든 가용 자원을 경제 개발 및 인프라 재건에 투입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계획은 5가지 영역으로 이루어지는데 에너지 부문 재건, 주거 건물 재건, 중요 인프라 재건, 인도주의적 지뢰 제거, 민간 부문 지원 등이다. 한국 기업들이 인프라 프로젝트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는 한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재건 관련 투자에 가장 수익성 있는 조건을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의 중심 방향 중 하나는 ‘Build Back Better(더 나은 재건)’ 원칙으로, 이전보다 더 나은 수준으로 재건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러시아의 침략으로 인해 파괴된 시설을 재건하는 것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수단을 동원해 새롭게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국의 투자가 필요한 영역으로는 구체적으로 인프라 프로젝트를 들 수 있겠는데 에너지, 기계 엔지니어링, 농업, 금속, IT, 보안, 방산 등 영역에서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에 있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부분에 준비된 한국 파트너들이 진출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공여자 공조 플랫폼(MDCP, Multi-Donor Coordination Platform for Ukraine)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 한국은 이 플랫폼에 참여함에 따라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주요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하에 우크라이나 재건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한국은 직접적으로 주요 공여국들과의 논의에 참여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 재건 및 회복 진행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서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장려할 수 있다.

10.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에 대사로 부임한 가운데 한국에 온 지도 2년이 넘었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로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 1주일 전 서울에 도착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가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때 우크라이나를 대표해서 이곳에 왔다.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은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도 양국 간 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 관계는 평화 회복 이후에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것으로 확신한다.

다만 이는 우크라이나의 승리 이후에만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을 비롯해 모든 우크라이나 외교관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러시아의 침공을 가능한 조속히 끝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6월 15일부터 16일까지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1차 평화정상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 정상회의는 UN헌장과 국제법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총체적이고 공정하며 지속적인 평화 달성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국제 연대를 구축하고, 필요한 안보와 인도적 지원 확보 및 전쟁의 부정적 결과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한국이 이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의 정상들이 모이는 이 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을 매우 바라는 바이다.

10. 마지막으로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그동안 많은 각계각층의 한국인들을 만나면서 한국의 미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도우려는 한국인들의 마음과 호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한국인들이 전해준 인도주의적 원조와 지원에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모든 지원과 모든 선행 그리고 모든 연대 움직임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한국의 지원은 단지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돕는 것을 넘어, 희망과 평화에 대한 공헌을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우리는 함께 일어나 공동으로 노력할 때만이 우리의 국가와 전 세계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파트너들이 우크라이나에 시의적절한 지원을 제공해 준다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