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성이 이노션 고문 사위, 美 법인 상무로

2024-05-30 19:00

이노션이 제작한 기아 EV9 슈퍼볼 캠페인 장면. [사진=이노션]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이 아들·사위를 앞세운 경영에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사위 길성진 상무는 약 4년 10개월 만에 임원으로 파격 승진하는 동시에 최대 매출 지역인 미국 법인의 영상 제작 부문을 맡게 됐다. 지난해 정 고문 아들 역시 본사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 고문 사위인 길성진씨는 올해 이노션 미국법인 소속인 스윙셋 법인장(상무)으로 승진했다.  
 
이노션은 정 명예회장 장녀인 정 고문이 최대주주(17.7%)이자 사내이사로 있는 회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분을 일부(2%)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정몽구재단 지분(9%)까지 포함하면 최대주주 지배력이 28.7%에 달한다. 현대차 제네시스사업부장 출신인 이용우 사장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1984년생인 길 상무는 2016년 정 고문 장녀인 선아영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는 조지타운대 재무·국제경영을 졸업했고 현대차 공채로 입사해 사회생활에 뛰어들었다. 이후 이노션 본사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 해외법인 관리 업무 경험을 쌓았다. 올해 길 상무는 실무에 뛰어든 4년 10개월 만에 상무로 승진하며 미국법인으로 적을 옮겼다. 

그가 몸담고 있는 미국법인 소속인 스윙셋은 영상 제작 전문 프로덕션이다. 외주 비중을 줄이고 자체 제작 역량을 늘리기 위한 조직이다. 길 상무는 유학 시절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북미 시장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주 시장은 이노션의 최대 매출처다. 올 1분기 미주법인 매출 비중은 전체 중 57%에 달한다. 이는 국내와 유럽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현대차그룹의 수주 비중이 높다. 현대차그룹이 신차와 마케팅을 강화할 수록 이노션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북미에서 완성차 165만2821대를 팔며 판매량 4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톱3를 목표로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북미에 신공장을 신설하고 제네시스, 전기차,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신차 출시를 공격적으로 이어갈 것으로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은 소비자 구매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중요한 다리가 될 수 있어 이노션의 미국법인 역할에도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시장은 GM과 도요타, 포드, 스텔란티스, 테슬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거대 완성차 기업들이 TV광고, 옥외광고, 프로모션, 전시회 등 디지털·오프라인 마케팅 경쟁을 가장 치열하게 펼치는 지역이다. 제네시스 출시 이후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는 시장 분위기를 이어받아 길 상무가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미국 소비자 마음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계열사 수주를 늘리는 것도 그의 주요 임무다.

정 고문 아들 선동욱씨도 지난해 이노션 본사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본격 시작했다. 그는 신성장비즈니스본부 모빌리티전략 담당부서에서 근무 중이며 뉴욕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선동욱씨는 2016년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 차녀인 채수연씨와 결혼했다.

정 고문은 남편인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과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 딸인 선아영씨(왼쪽)와 사위 길성진씨가 2016년 11월 1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