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카지노] 범죄도시 VS 관광도시…카지노 '명과 암'

2024-05-31 00:00
2022년 불법도박 매출 102조…일반 게임은 22조 불과
범죄자들 조직적 도박장 운영…폭력에 살인사건까지
온라인 도박 사이트 급증하며 초등학생도 접근 쉬워져
강원랜드처럼 정식 카지노업은 국내 '관광진흥법' 적용
외국인관광객 외화 획득…국가 수입 확대·일자리 창출

'범죄도시4' [사진=범죄도시 스틸컷]

배우 마동석 주연의 액션 영화 '범죄도시4'가 누적 관객 수 1100만명을 훌쩍 넘겼다.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기록 중인 범죄도시4는 이번 시리즈 소재로 불법 도박 '온라인 카지노'를 선택했다. 

범죄도시 시즌4는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 '백창기'(김무열 분)와 IT 기업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 분)을 소탕하기 위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에서는 대규모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의 뿌리를 뽑기 위해 경찰들이 직접 필리핀에 불법 도박장을 만들어 운영한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의 카지노 상황은 어떨까. 명과 암이 공존하는 카지노 산업의 실태에 대해 살펴봤다. 
 
◆ 범죄도시4 속 '불법 온라인 카지노' 실태

범죄도시4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2015년 태국 파타야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한국인 프로그램 개발자를 구타해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했던 '파타야 살인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18년 7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개발자 A씨는 범죄 조직에 속아 불법 도박 사이트 시스템 개발에 가담하게 됐다. 조직원들은 개발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A씨를 상습 폭행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 이후 범죄를 주도했던 가해자 B씨는 2년간 도피하다 붙잡혀 살인 및 사체유기, 불법 도박장 개설, 감금, 강요 등 혐의로 징역 21년 6개월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2018년에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수천억원대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운영진 7명은 필리핀·마닐라 등 해외 호텔의 카지노 영상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송출하면서 직접 베팅하는 인터넷 도박사이트 42개를 불법 운영했다. 이들이 운영한 사이트의 전체 판돈만 8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는 2021년부터 필리핀에 본사를 둔 도박사이트 운영자 105명, 국내 자금 세탁 조직원 20명, 청소년 도박행위자 124명 등 도박사범 총 284명을 검거하고 총책 8명을 구속했다.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수백명의 범죄자들이 조직적으로 얽혀 있었다. 
 
범죄도시4에서 실시간으로 불법 온라인 카지노를 운영 중인 모습. 해외 카지노 도박장을 생중계로 보여주면 국내 접속자가 베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진=범죄도시4 예고편 캡쳐]

영화 속 범죄 소재로 쓰인 불법 온라인 카지노 역시 실제 국내에서도 들끓고 있는 범죄로 꼽힌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불법도박 매출 규모 추정액(이용자 기준)은 102조7236억원에 달한다. 2016년 70조8934억원에서 45%가량 늘었다. 2022년 온·오프라인 국내 게임산업의 전체 매출이 22조2149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문제는 불법 온라인 카지노가 급증하면서 일반인의 접근성도 무척 쉬워졌다는 점이다. 구글 검색창에 '온라인 카지노', '온라인 바카라'를 검색만 해도 불법 사이트가 쏟아져 나온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온라인 불법 도박에 빠져들면서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온라인 불법 도박에 빠진 청소년은 대부분 고등학생이지만 최근 중학생과  초등학생까지 온라인 도박에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는 것도 큰 범죄지만, 불법 도박에 발을 들인 사람 역시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소액을 가지고 참여해도 마찬가지. 

현행법상 불법 도박시설을 개설한 이들은 형법 제24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온라인으로 운영했다면,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단순 베팅만으로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도박을 하다 적발되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징수한다. 상습도박의 경우 가담 정도와 금액, 상습성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강원랜드 게임테이블 [사진=강원랜드]
 
◆ 카지노는 불법의 온상? 관광산업 진흥의 '핵심'

'카지노' 하면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에서 슬롯머신을 당기거나 돌아가는 룰렛에 칩을 베팅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술과 담배를 즐기며 밤이 깊어지는 줄도 모르고 게임에 빠져든다. 사람들이 미디어로 접하는 전형적인 카지노의 모습이다.

국내에서 카지노업은 관광진흥법이 적용된다. 현재 관광진흥법에서는 카지노를 전문 영업장을 갖추고 주사위·트럼프·슬롯머신 등 특정한 기구 등을 이용해 우연의 결과에 따라 특정인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주고 다른 참가자에게 손실을 주는 행위 등을 하는 업이라 정의한다. 

카지노업 업종 종류는 룰렛·블랙잭·다이스·포커·바카라 등 테이블게임과 전자테이블 게임, 슬롯머신·비디오게임 등 머신게임이 있다.
 
[사진=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카지노는 '사행성'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뿌리 박혀 있지만 분명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카지노는 관광산업의 발전과 깊은 연관이 있다. 관광호텔 내에 있는 카지노는 관광객에게 게임·오락·유흥을 제공해 체류 기간을 늘리고 관광객의 지출을 증대시키는 관광 산업의 핵심 부문 중 하나다.

카지노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외화를 획득해 국제수지 개선, 국가 재정 수입 확대, 지역경제 발전, 투자 자극, 고용 창출 등의 효과를 낸다. 이는 카지노의 긍정적인 측면 중 하나다. 

국내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카지노도 있다.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강원랜드는 지역발전을 위해 국가가 허락한 국내 유일 내·외국인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다. 

이외에도 올해 인천 영종도에 개장한 인스파이어 카지노 파라다이스, GKL 등에서 운영하는 국내 17개의 카지노 사업장은 내국인이 이용할 수 없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다. 대다수의 카지노 시설이 호텔을 비롯해 스키와 골프, 워터파크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함께 자리한다. 카지노가 하나의 '레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인천 영종도 모히건 인스파이어 리조트 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전경. 문화체육관광부는 1월 인스파이어에 대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을 허가했다. 이는 지난 2005년 이후 19년 만의 신규 허가이자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 이루어진 최초 허가다. 2024.03.0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최근 정부에서도 카지노를 관광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9년 만에 새롭게 허가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개막식에 참석하며 방한 관광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문체부 장관이 민간 리조트 개장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였다. 

유 장관은 인스파이어 리조트 개장 기념 행사에서 "앞으로 한류 문화를 세계로 전파하는 인바운드(방한 관광)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며 "인스파이어 개장이 국내 카지노영업장 한 곳 추가에 그치지 않고 한국 문화관광 수준을 높이는 첫 발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낸 카지노 업계는 하반기에도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선 국제선 노선 확장에 수혜를 입으며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산업이 본격 활황을 띨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