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KB·한화, 내달 '좀비 ETF' 상폐…"개인투자자보다 LP 금액 더 많아"

2024-05-30 11:00
내달 16개 ETF 상폐…AUM 50억원 미만

소규모 ETF 상장폐지 종목. [자료=한국거래소]

KB자산운용와 한화자산운용이 순자산총액(AUM) 50억원 미만의 상장지수펀드(ETF) 정리에 나섭니다. ETF 시장은 매월 최소 2개에서 많게는 10개까지 꾸준히 새로운 종목들이 상장되고 있죠. 두 운용사는 과열된 경쟁 체제에서 벗어나 새롭게 리브랜딩을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내달 25일 소규모 ETF 16개가 폐지됩니다. KB자산운용이 가장 많이 ETF를 폐지합니다. 상장 폐지 종목은 ▲KBSTAR 200IT ▲KBSTAR 200에너지화학 ▲KBSTAR 200중공업 ▲KBSTAR 200철강소재 ▲KBSTAR 200건설 ▲KBSTAR 200경기소비재 ▲KBSTAR 200산업재 ▲KBSTAR 200생활소비재 ▲KBSTAR 200커뮤니케이션서비스 ▲KBSTAR 모멘텀로우볼 ▲KBSTAR 모멘텀벨류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 인버스2X(합성H) ▲KBSTAR KRX300 미국달러선물혼합 ▲KBSTAR KRX기후변화솔루션 ▲ARIRANG 200동일가중 ▲ARIRANG KRX300 총 14개입니다.
 
이어 한화자산운용도 ▲ARIRANG 200동일가중 ▲ARIRANG KRX300 총 2개 상품을 폐지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소규모 기준은 AUM 50억원 미만으로 운용되고 있는 상품들입니다. 매매거래 정지일은 내달 25일이며 공식 상장폐지 예정일은 다음날인 26일입니다.
 
거래소에 따르면 해당 ETF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상폐 전전거래일(24일)까지 유동성공급자(LP)가 제시하는 호가로 매도할 수 있습니다. 투자신탁 해지상환금은 28일 지급됩니다.
 
KB자산운용은 개인 투자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ETF 상장폐지를 시작으로 리브랜딩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과열된 경쟁 시장에 올라타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회사 조직 쇄신에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
 
같은 기준으로 한화 자산운용도 두 가지 상품 폐지를 앞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무분별한 상장도 지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상장폐지 예정인 종목들은 과거 트렌드에 맞춰 나왔던 종목이다”면서 “가령 철강소재에 편입된 포스코 기업은 현재 이차전지주로 분류된다. 이전에 나온 상품들은 현재 지수 방법론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지수 방법론에 머무른 탓에 투자자들이 더 이상 해당 ETF에 투자할 이유는 없다는 설명입니다. 소규모 ETF라는 것은 곧 투자자의 관심도가 적은 상품들이라는 것이겠죠.
 
상장폐지일까지 ETF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에게는 순자산 가치에서 운용보수 등의 비용을 차감한 해지상환금을 지급해 투자자들의 금전적 손실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추산합니다. 한 금융투자관계자는 “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도 종목 대부분은 유동성공급자(LP)가 갖고 있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소유는 미미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 ETF 시장 규모는 141조원을 넘겼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100조원을 넘겼는데 반기 만에 40조원이 늘어난 셈입니다.
 
ETF 시장 규모가 급증한 데는 자산운용사들의 상장 경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보수 인하 경쟁, 비슷한 상품 출시 등과 같은 일도 반복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KB자산운용은 올해 초 본부장급, 실장급, 운용인력 등 ETF 조직 내 대거 인력 변화를 겪으며 ETF 상폐라는 또 다른 업무를 떠안게 됐습니다.
 
소규모에 해당하는 ETF는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순자산 총액이 50억원 미만인 종목은 85개에 달합니다. 이는 국내 상장된 전체 ETF 864개 가운데 10%(9.83%)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KB자산운용이 22개로 가장 많고, 한화자산운용이(16개), NH아문디자산운용(10개), 키움자산운용(10개), 한국투자자산운용(9개), 미래에셋자산운용(8개), 흥국자산운용(3개), 신한자산운용(2개), 삼성자산운용(2개) 순으로 많습니다.
 
금융당국 역시 운용사에 이른바 ‘좀비 ETF’ 상장폐지 혹은 합병을 권고하면서 나머지 운용사도 대응 마련에 더욱 분주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