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규홍의 리걸마인드] 음주운전 꼼수 천태만상...제2의 김호중 막을 수 있나

2024-05-30 06:00
가수 김호중, 운전자 바꿔치기·의도적 추가 음주·블랙박스 메모리 제거 등 다양한 꼼수 벌여
음주운전자들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수법 공유...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에는 "리스 차 몰아라"
검찰, 법무부에 음주운전자 꼼수 처벌 신설 규정 촉구...법조계 "수사기관 맘먹고 수사하면 다 적발 가능"

'음주 운전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음주운전 뒤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한 가수 김호중과 관련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김씨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음주운전혐의를 피하려 했으나 본격적으로 경찰수사가 시작되자 24일 전격 구속됐고 김씨의 혐의를 덮으려 했다는 이유로 김씨의 소속사 이광득 대표, 전모 본부장까지 모두 구속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김씨처럼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이른바 '꼼수' 행태가 온라인상에 널리 퍼지면서 제2의 김호중을 법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운전자 바꿔치기, 추가 음주, 블랙박스 메모리 제거 등...음주운전 꼼수 다양 
김씨가 이번 사고에서 구속을 피하기 위해 벌인 수법은 다양하다. 당초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뺑소니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전날 밤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본격적으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결국 음주운전을 인정했다.

이후 수사 진행과정에서 △소속사 대표의 운전자 바꿔치기 지시 의혹 △17시간 뒤 경찰 출석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제거 △음주수치 조작을 위한 추가 음주 등의 꼼수가 드러나 김씨가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워졌다.

김씨처럼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꼼수를 쓰는 사례는 최근 적지 않게 적발되며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이달 초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음주운전으로 차량 7대 들이받은 50대 운전자 B씨와 동승자는 차에서 내려 차를 버려둔 채 그대로 달아났다. 38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자진출석한 B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로, 현행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 적용 수치인 0.03%이 되지 않아 경찰은 B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기가 어려워졌다.

다만 마신 술의 종류와 양, 시간과 체중 등을 감안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방식'의 적용이 가능하지만, B씨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경찰에 출석했기에 법조계는 사고 후 미조치 혐의만 인정될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한술 더 떠서 온라인상에서는 김씨나 B씨처럼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공유되고 있다.

음주운전자들은 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같은 방식으로 다양한 꼼수를 공유하고 있으며 주로 △음주운전 사고 시 차 버리고 도망가기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제거 △헌혈 내역서 준비 △반성문에 생계곤란 사유기재 등의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심지어 오는 10월 도입되는 음주운전 방지장치 설치 의무화 법안에 대응해 "리스 차를 몰면 된다"와 같은 편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음주운전자 수요에 맞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법조계 영업도 동시에 기승을 부리고 있어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부 행정사들은 음주운전 반성문 대필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음주운전 예방 교육 수료증, 관련 캠페인 활동 증명서 대리 같은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각종 법무법인에선 음주운전변호서비스까지 등장했다. 당장 포털 사이트에 '음주운전 변호사'라는 키워드만 검색하면 음주운전자를 구제하겠다는 법무법인의 변호사 서비스가 수십개 검색되는 게 현실이다. 이들은 적게는 최저 5만원에 30분 법률상담을 해주겠다는 광고를 시작으로 저렴한 수임료를 홍보하며 △음주운전사고 시 대처법 △경찰 조사 진술법 △피해자와의 합의법들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한 경찰관이 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을 단속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 음주운전자 형사 처벌 강화...법조계 "처벌은 피할 수 없어"
음주운전자들의 이 같은 행태에 사법당국은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 20일 대검찰청은 김씨와 같은 사례를 처벌할 수 있는 신설 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법무부에 건의했다.

대검이 밝힌 입법 건의안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적발을 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술을 더 마시면 1∼5년의 징역 또는 500만∼2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이는 음주측정거부죄와 형량이 동일하다.

아울러 이원석 검찰총장도 음주운전 뒤 추가음주 수법을 비롯해 '운전자 바꿔치기', '계획적 허위 진술과 진상 은폐', '증거 인멸' 등 사법 방해 행위에 엄정 대응하라고 이날 일선 검찰청에 강력히 지시했다. 

법조계 역시 음주운전자들이 다양한 방법을 써도 결국 처벌은 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전형환 변호사(법무법인 YK)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씨가 구속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썼지만 결국은 구속됐다. 이는 수사기관이 음주운전사고를 대충대충 수사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김씨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으면 혐의를 피할 수 있을 거라고 본 거 같은데 술자리 동석자 증언, 업소 종업원 증언, CCTV 등의 증거로 김씨가 술을 먹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 같은 꼼수를 막기 위해서 입법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다만 기본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비판의 소지도 있기에 더 강화된 입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며 "수사기관이 더욱 세밀하게 수사해서 김씨처럼 꼼수를 써도 결국 처벌은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