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편의점 대국' 日, 'MZ 잡기'에 올인…K뷰티・패션으로 승부수

2024-05-30 06:00
K화장품 사러 편의점 달려가는 日10~20대, 편의점 빅3 참전
의류사업에도 진출, '유니클로 위협설' 등장
점포수 감소 속 의류・화장품 '마지막 블루오션'

일본 나고야에 있는 로손 편의점[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편의점 퀄리티가 이 정도? 이젠 화장품 살 땐 편의점 간다.”

최근 X(엑스, 옛 트위터)나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선 일본 10~20대를 중심으로 ‘#편의점 코스메틱(화장품)’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는 게시물이 자주 올라온다.

일본에서 편의점 화장품은 급할 때 사용하는 여행용 상품 등 ‘긴급 수요형’ 용도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화장품을 사기 위해 일부러 편의점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적은 용량의 제품이 많아 여러 종류를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편의점 화장품에 대한 젊은 층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최근 일본 편의점에는 한국 화장품을 비롯한 뷰티 관련 제품들이 출입구 근처인 이른바 ‘명당’ 자리에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찍이 한국 화장품을 판매해 재미를 본 일본 편의점 업계 3위 로손은 앞으로도 한국 뷰티 상품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로손은 지난해 한국 브랜드 '롬앤'과 공동으로 개발한 아이섀도 팔레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일본산 화장품 판매량이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한국 화장품은 수입량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점에 주목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4일 "보통 화장품 30만개를 파는 데 2개월 정도 걸리는데, (롬앤 제품은) 3일 만에 30만개를 판매한 히트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판매 초기에는 품귀 현상까지 일어났다. 한국 화장품으로 성공을 거둔 로손은 롬앤과 공동 개발을 확대하고, 한국 브랜드 마스크 팩과 기초화장품, 샴푸 등도 추가할 계획이다.
 
일본 오사카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편의점 업계 1위를 달리는 세븐일레븐도 한국 화장품 판매에 뛰어들었다. 지난 25일부터 한국 화장품 '클리오' 산하 브랜드 '트윙클팝' 판매를 시작했다. 세븐일레븐에 새로운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하는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화장품뿐만이 아니다. 일본 편의점 특유의 거대 유통망과 접근성을 강점으로 의류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엔 유니클로를 위협한다는 말까지 나돌 만큼 편의점의 패션업 진출에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은 여전히 '유니클로'가 장악 중이지만 편의점에서 평상복을 사는 광경이 일상이 될 수 있다"고 짚기도 했다.

의류 분야에서는 업계 2위인 패밀리마트가 강세로, 2021년 3월 자체 의류 브랜드를 출시해 '컨비니언스 웨어(편의점 의류)'라는 장르를 개척하며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로손은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의 의류와 잡화를 판매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6월부터 의류업체 '아타스토리아'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패밀리마트는 섬유 사업에 강한 모기업 '이토추상사'의 공급망을 활용해 컨비니언스 웨어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일본 패션브랜드 '파세타즘'을 만든 디자이너 오치아이 히로미치와 협업해 양말, 손수건, 티셔츠, 재킷, 팬츠 등 약 100종의 자체 의류 상품을 출시하고 지난해 11월에는 패션쇼를 열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는 계절별 신상 의류를 내놓아 소비자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패밀리마트 옷으로 코디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닛케이에 따르면 패밀리마트는 지난달 말 기준 일본 전역 1만6300여 개 매장에서 자체 의류 상품을 팔고 있다. 일본 의류업계 점유율 1위인 유니클로(일본 내 매장 800여 개)보다 매장이 20배가량 많다.
 
일본 도쿄에 있는 패밀리마트 편의점[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일본 편의점 업계가 K뷰티 및 의류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편의점 점포 감소 추세 속에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시작된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1973년 처음으로 도쿄에 문을 연 지 50년이 흐른 지금, 일본 내 편의점은 점포 수와 영업시간을 줄여가는 추세에 있다. 한때는 패밀리마트, 로손, 미니스톱 등 각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점포를 늘리면서 '편의점 대국' 명성에 걸맞은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 있었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일본프랜차이즈협회 편의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 내 7개 편의점 브랜드의 일본 내 점포 수는 5만 5620개로 1년 전보다 119개(0.2%) 줄었다. 저출산, 일손 부족, 소비 부진 등으로 2022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가운데 같은 해 6월 이후 22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된 해당 집계에서 점포 수가 이처럼 장기간 감소세를 보인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일본 편의점 업계가 한계와 가능성 사이의 갈림길에 선 가운데, 의류와 화장품 등 패션업이 '마지막 블루오션'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