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盧 15주기 추도식 찾은 시민들 "옆집 아저씨 같았던 사람...매번 울컥"

2024-05-23 16:22
"생전에 만났을 때 남 기만하지 않던 성격이더라"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생태문화공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늘은 내 생일이에요. 내 생일날 돌아가셔서 더 기억에 남아요. 격의 없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그냥 옆집 아저씨 같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봉하마을을 찾았다는 조진숙(66) 씨는 기자와 대화를 나누다 여러 번 목을 삼켰다. "요즘 정치 뉴스를 보면서도 노 전 대통령님 생각이 많이 나요. 지금 계셨으면 무슨 말을 하셨을까요" 인터뷰 내내 손수건을 만지작 거리던 조 씨는 결국 눈물이 터졌는지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았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5주기인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는 추도식에 참석하려는 시민들이 몰렸다. 가만히 있어도 등 뒤로 땀이 주르륵 흐르는 따가운 날씨였지만 시민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부스에서 떡과 빙수를 먹으며 더위를 식히다가도 아는 얼굴들을 만나면 반갑게 회포를 풀었다.

노 전 대통령이 다닌 부산상업고등학교 후배라는 예병철(72) 씨는 "부산상고 후배들끼리 매년 추도식에 참석해왔다"면서 "추도식에 참석한 이후 다같이 술도 한 잔 하고 그런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중간 중간에도 동창들을 보면 "잘 계셨죠 선배님"이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경남 창원에서 온 박경춘 씨는 과거 노 전 대통령과의 짧은 인연을 회상했다. 박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있을 때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있다. 친구의 친구였는데 국회의원이 되기 전 노무현이었다"며 "그때 (노 전 대통령은) 이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 이상을 하나씩 실현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해 했던 경험이 있다"며 "남을 기만하지 않는 성품, 올바른 소리를 하고 듣기 싫은 소리도 듣는 인품 등을 보며 참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며 옅은 미소를 띠었다.

이날 현장에는 민주당 당원들이 참석한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충남 아산갑에서 올라왔다는 이 모(46) 씨는 "이번에 두 번째로 추도식에 참석했다"며 최근 논의되고 있는 당원권 확대에 대해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의) 시민 정신을 이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추도식에는 노무현재단측 추산 5000여명의 추모객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준우 정의당 대표, 이석현 새로운미래 비대위원장,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등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