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아시아에서 중남미까지…해외 관료·현장 챙기는 정의선 회장

2024-05-21 18:40
인도네시아 장관 만나 전기차·수소 협력 논의
중국 BYD 등과 치열한 경쟁 예상...시장 선점 목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래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현장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넘어 새로운 자동차 핵심기지로 떠오른 아시아와 중남미에서는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찌감치 현지화에 성공한 정 회장은 해외의 주요 관료는 물론 현장을 직접 챙기며 세계 판매 3위에서 톱 기업으로 도약할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21일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경제조정장관의 페이스북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인근에서 하르타르토 장관과 만나 인도네시아 현지 전기차 생산 및 수소 사업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두 사람은 이번 만남을 통해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 페르타미나와 현지 수소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주에 유기성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방식(W2H) 생산 모델 중심의 HTWO 그리드 솔루션을 제공해 지역 에너지 자립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 우링자동차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동남아시아 최초의 전기차 공장을 인도네시아에 세웠으며 이곳에서는 전기차 아이오닉5가 생산되고 있다.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올 연말부터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기로 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로서는 현지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한 추가 세제 혜택을 받는 등 혜택을 제공받아 시장 선점을 확고하게 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또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2030년까지 전기차 6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이번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올 3분기부터는 인도네시아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판매가 시작되며 향후 생산량을 30GWh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을 세계 3위 기업으로 올려놓은 정 회장은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해외 주요 거점을 방문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활발히 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을 방문해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인도는 지난해 108만4878대 팔린 현대차그룹의 세계 최대 생산기지로 자리 잡았다. 2~3년 뒤에는 생산 규모가 150만대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현지 판매 1위인 마루티스즈키(약 170만대) 수준에 달한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을 겪는 현대차 입장에서 인도 시장은 핵심 거점이 될 수밖에 없다. 인도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87만6000여 대로 전년 대비 100% 성장해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현대차는 현지에서 기업공개(IPO)도 앞두고 있어 중장기 비전을 더욱 구체화하기 위해 임직원들과 현지에서 머리를 맞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향후 10년 동안 투자할 금액은 약 3조2500억원이다. 

지난 2월에는 중남미 최대 자동차 시장인 브라질을 찾았다. 정 회장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2032년까지 11억 달러 규모 투자 계획과 함께 수소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소형모듈원전(SMR) 등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지고 강조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차량 218만대가 판매된 중남미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전기차 판매는 매년 100%씩 성장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현대차는 지난해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GM, 도요타에 이어 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환이 늦은 브라질 시장 특성에 맞춰 전기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 FFV(혼합연료차량) 전용 파워트레인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FEV 판매 비중은 80%를 넘는다. 전기차로는 아이오닉5와 코나 일렉트릭, 기아 EV5 등을 투입하며 전기차, FEV 시장 모두 잡겠다는 계획이다. 

새해 초부터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4 현장을 방문해 반도체 업체인 인텔·퀄컴과 자율주행 업체 모빌아이, 메르세데스-벤츠 부스를 방문하며 네트워크를 쌓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23일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뒤 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