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오픈한 공매포털시스템…부동산·자동차·명품 등 새 주인 찾아
작년 말까지 누적 거래금액 총 107조원…권리관계·보관장소 등 살펴야
작년 11월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온비드 공매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자산관리공사]
고금리와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공매포털시스템 ‘온비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2년 서비스를 개시한 온비드는 국유·압류·수탁재산,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의 자산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국가·지자체·공공기관 등은 온비드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자산처분을 통해 재정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국민은 다양한 물건을 온라인에서 저렴하고 편리하게 취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온비드에서는 아파트, 빌라, 상가, 토지 등 부동산은 물론이고 귀금속이나 자동차를 비롯한 다양한 물건도 살 수 있다. 오데마피게·롤렉스 손목시계나 루이비통 핸드백처럼 명품이 공매로 나오기도 한다.
캠코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온비드를 통해 팔린 물건은 총 107조원 규모다. 2018년 말 기준 누적 낙찰액이 69조900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최근 5년에만 37조원 이상의 낙찰이 이뤄진 셈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온비드에서 팔리는 물건들이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유찰될 때마다(관용차 등 공공기관의 자산은 두 번째 유찰 이후부터) 최저입찰가액이 10%씩 하락하기 때문이다. 공매 주체가 공기업이므로 신뢰할 수 있다는 점과 온라인으로 쉽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아파트 7억원·빌라 5억원대…강남 맞아?
온비드 사용자가 낙찰받았을 당시 상가 건물(위)이 리모델링을 마친 뒤 카페로 변신(아래)했다. [사진=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 이용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파트·빌라 등 부동산이다. 13일 현재 온비드에는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있는 다수의 주택에 대한 공매가 진행 중이다. 이 중에서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한 빌라(전용면적 약 75㎡)는 감정평가액이 8억400만원이지만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가 4억8240만원까지 내렸다. 역삼역에서 직선거리로 500m도 채 안 되는 곳에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남구 일원역 인근의 한 아파트(공급면적 49㎡)도 수 차례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가 7억1200만원까지 떨어졌다. 해당 매물의 감정평가액(8억9000만원)보다 20% 낮은 금액이다. 크기가 작긴 하지만 강남 내 역세권 아파트를 7억원대에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온비드 이용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 송파구 거여역 인근의 공급면적 100㎡ 아파트도 감정평가액이 9억6500만원이지만 온비드에서 최저입찰가는 7억5970만원이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있는 동일 면적 매물의 매매호가가 8억9000만~10억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온비드를 통해 최대 24%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온비드를 통해 상가 물건을 사 창업의 꿈을 이룬 사례도 있다. A씨는 여러 차례 현지답사를 통해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주변 환경을 꼼꼼히 분석한 결과 네 차례 유찰된 상가를 낙찰받았다. 그는 리모델링을 마친 뒤 커피 장비를 들여놓고 이 자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온비드를 통한 부동산 공매는 권리관계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압류재산은 임차인에 대한 명도책임이 낙찰자에게 있다. 예를 들어 낙찰받은 아파트에 세입자가 있어 명도소송이 필요한 경우라면 그 비용은 구매자가 부담해야 한다.
명품시계·핸드백에 아이패드까지…“없는 게 없다”
지난해 온비드를 통해 공매가 완료된 페라리 488 스파이더 차량 [사진=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서는 과장을 좀 보태 ‘없는 게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다양한 물건이 공매로 올라온다. 지난해 온비드에서 낙찰된 물품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아이패드 에어 4세대 제품으로 무려 2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낙찰금액은 66만7000원(낙찰가율 333.5%)이다. 감정가 300만원 수준의 순금팔찌도 2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끝에 440만원의 낙찰액을 기록하면서 새 주인을 찾았다.
승용차, 대형트럭 등 차량도 온비드를 통해 낙찰받을 수 있다. 주행거리 9만6556km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포터II가 최저입찰가 150만원에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2015년식 기아 프라이드도 최저입찰가 400만원에 공매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차량의 주행거리는 1만4765km에 불과해 다수의 온비드 이용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작년에는 압류된 페라리 488 스파이더 차량이 2억2110만원에 낙찰됐다. 최저입찰가 1억9800만원에 올라온 해당 차량을 낙찰받기 위해 두 명이 경쟁했지만 더 높은 금액을 써낸 입찰자에게 차량이 돌아갔다.
온비드에서 명품시계를 낙찰받은 사례도 있다. B씨는 지난해 최저입찰가 4000만원에 공매가 진행된 오데마피게 시계를 약 4300만원에 낙찰받았다. C씨도 3000만원을 써내 롤렉스시계를 낙찰받았다.
루이비통 핸드백 에삐 말리도 작년에 큰 관심을 받았던 공매품 중 하나다. 이 공매품은 3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끝에 최저입찰가의 149% 수준인 119만3100원에 낙찰됐다.
이처럼 없는 게 없는 온비드에서 물건을 낙찰받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낙찰받은 물건을 낙찰자가 직접 찾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먼 곳에 있는, 무겁고 큰 물건을 낙찰받았다가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온비드 입찰에 참여하기 전에 물건이 보관된 장소와 운송 수단을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