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시장, 날개 없는 추락… 발행잔액 1년새 반토막

2024-05-14 06:00
1분기 만기상환액 4.6조로 30배↑
증권사 트레이딩 수익도 58%↓

 

주가연계증권(ELS)의 만기 상환이 급증하면서 홍콩 ELS 사태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발행 잔고는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이 났고 만기상환액은 4.6조원으로 크게 늘어 ELS 투자자들이 재투자 대신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ELS 원화·외화 발행 잔액은 20조63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발행 잔액은 일반적으로 주가가 강하게 오른 경우 감소하지만 만기 상환이 증가할 때도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난다.
 
지난달 ELS 만기 상환 금액은 3조245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402억원 대비 폭증한 수치다. 올해 1분기 만기 상환 금액도 4조591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350억원과 비교해 30배나 급증했다.
 
만기 상환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 손실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조기상환 시점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만기까지 버티다가 상환됐다. 특히 올해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만기 상환이 몰리면서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일정 시점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의 기회를 주고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을 밑돌면 가격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난다.
 
원금 손실 여파에 올 들어 발행 규모도 크게 줄었다. 원화·외화 월별 발행 금액을 보면 지난 1월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난 1조7940억원 규모가 발행됐지만 2월은 57%, 3월은 54%가 감소했다. 4월에는 73% 급감한 9810억원이 발행되는 데 그쳤다. 월별 발행액이 9000억원대로 내려간 건 2009년 5월 9388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ELS는 증권사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만큼 증권사 수익에도 부정적이다. 증권사는 ELS를 판매해 얻는 수수료 수익에 주가 상승으로 조기상환에 성공하면 매매이익을 거둔다.

ELS는 조기 상환을 받아 다시 ELS에 투자하는데 조기 상환이 어려워지면 '상환-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가 유지되기 힘들다. 올해 1분기 ELS 판매가 축소되면서 한국금융지주는 자산관리(WM) 수수료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4% 줄었다. 같은 기간 트레이딩 수익 역시 2532억원에서 1053억원으로 58%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ELS 발행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만기 상환이 늘어난 데다 은행권의 ELS 관련 배상, 판매 제한 영향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ELS 판매 채널 제한의 영향이 반영되고 있다"며 "당분간 ELS 관련 위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