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노벨평화상 감" 언급된 日 기시다 종횡무진 외교

2024-05-14 08:17
기시다, 전세계 동분서주 '광폭 외교'
美핵심축 올라선 뒤 아시아 협의 주도
'북한'에 집중된 韓 외교, "역량강화 필요"

최은솔 국제경제팀 기자


"미국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함께 있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우주선에서 일본은 여러분의 동료가 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갑판에서 임무를 수행 중입니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연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 같은 말을 남기며 미국 의원들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며 어린 시절 미국에서 보낸 기억을 떠올리면서 수십 년간 미국이 수행해 온 '세계의 경찰' 역할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제 일본이 미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서 함께하겠다고 선언했다.

전 세계 안보를 책임진 자국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발언에 미국 정계는 열렬히 반응했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군사·안보, 경제 분야 협력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한 대담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끌어낸 기시다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노벨평화상을 주고 싶다"는 극찬까지 했을 정도다.

기시다 총리의 적극적인 외교 행보는 미국만을 향한 게 아니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첫 미·일·필리핀 정상회의를 이끌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 협의를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이번 달에도 여러 대륙을 넘나드는 그는 지난해부터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 더 나아가 북한까지 신경 쓰며 역내 안보 분야에서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다.

이토록 기시다 총리가 동분서주 외교에 나서는 건 반사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본의 군비 증강에 대해 열렬히 지지하며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 신형 무기를 지원했다. 여기에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연달아 일본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경제·기술 분야 협력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보궐선거 참패로 '퇴진 위기'에 몰렸던 기시다 총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0%대로 회복됐는데, 그 배경으로 활발한 정상 외교 활동이 꼽히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 행보는 이웃 나라인 우리 한국에도 경종을 울린다. 주요국과 활발한 독자 외교 행보로 새로운 안보 협력과 이익을 가져오는 일본과 달리 최근 한국은 '북핵' 문제 외에는 주요 동맹국과 활발한 논의를 이어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이 외교 무대에서는 '한반도' 이슈 외에는 큰 관심이 없는 현상을 놓고 미국 펜타곤 출입 기자인 김동현은 저서 <우리는 미국을 모른다>를 통해 '한반도 천동설'이라 평하기도 했다. 한반도 이슈를 제외한 인도·태평양 지역, 유럽 등 세계 주요 이슈에 대해 한국 외교당국도 언론도 큰 관심이 없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우리는 우선 외교 안보에 대한 역량부터 늘려갈 필요가 있다. 김동현 기자는 일본과 한국의 외교 역량 차이에 대해 '숫자'를 들었는데, 2023년 기준 한국 외교부 인력은 2578명으로 일본 외무성의 6604명 대비 40% 수준에 그쳤다. 더욱이 일본은 미국(3만명), 러시아(1만2000명), 프랑스(9000명), 영국(8000명) 등을 따라잡기 위해 2030년까지 외무성 인력을 8000명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이들 국가는 모두 한국보다 인구가 많은 것도 있지만 인구 대비 외교 인력 비율 측면에서 봐도 우리는 열세에 있다.

이들 국가는 외교정책 수요가 늘어났으니 이를 충당하기 위한 인적 투자에 자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우리 역시 늘어난 외교 역량이 뒷받침될 때 더 많은 국가와 국익에 부합하는 더 많은 의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