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4년만에 6배 '껑충'…검사소 인프라 구축 시급

2024-05-09 19:21

최근 전기차 보급이 많아지면서 화재 발생 사고가 4년 만에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의 배터리 셀 공간에서 전류를 나눠 담는 중 특정 셀이 과충전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검사소의 개수가 턱없이 부족하단 점을 지적하며 정부와 관련 부처의 발 빠른 지원을 촉구했다.

9일 소방청과 한국자동차연구원 등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화재는 72건으로 기록됐다. 이는 2020년인 4년 전에 비해 약 6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화재 72건 중 9건은 충전 중에, 27건은 주차된 상태에서 화재 사고가 났다.

전기차 화재는 매년 늘고 있다. 2020년 11건이었던 화재 건수는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을 기록했다. 올해도 계속해서 전기차 화재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만큼 수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는 주차·충전 중에 배터리 결함과 과충전, 외부 충격으로 인한 기계적 결함 등이 꼽힌다. 충전 중 화재는 리튬이온배터리가 과충전으로 인한 열폭주 현상으로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800℃까지 치솟아 진화 작업도 어렵고 인명피해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화재가 일반 화재보다 위험한 이유는 불이 쉽게 꺼지지 않는 특성 때문이다.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를 동력으로 삼아 작동하는데, 차량 하단에 설치된 배터리를 감싸고 있는 배터리팩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 배터리팩에는 외부 충격이나 수분의 유입으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실링 작업을 해 놨다. 이에 배터리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물을 부어도 배터리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므로 불이 쉽게 꺼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관련 부처인 환경부의 발 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검사소'가' 전국 10곳 중 3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국의 전기차 안전검사소 1972곳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검사 장비를 보유한 곳은 608곳(30.8%)뿐이다. 

충전 인프라가 전기차 보급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누적)는 2023년 5월 말 기준 약 45만대이며, 전체 등록된 자동차 대수 중 1.8%의 비중을 차지한다. 2021년 말에는 전기차 비중이 0.9%(약 23만대)였는데, 그 사이에 2배가량 증가(0.9% → 1.8%)했다. 하지만 같은 동기 대비 화재 건수는 3배이상 증가해 전기차 보급 속도를 앞질렀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정비 인프라와 관련 제도가 전기차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시급한 보완이 필요하다. 환경부에서 협의회를 구성해 전기차 화재 관련 예방 대책을 종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결과를 봐야 할 거 같다"며 "불이 났을 경우 배터리가 외부로 노출됐을 때 화재를 5분이라도 늦출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