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3중전회 7월 지각개최 … 중국 공산당에 무슨 일이?

2024-05-07 06:00

[박승준 논설주간]

 
지난 4월 30일 중국 관영 중앙TV는 “오늘 개최한 정치국 회의에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를 오는 7월에 개최하기로 결정했다”고 톱뉴스로 보도했다. “정치국 회의는 중앙총서기 시진핑(習近平)이 주재했다”고 아울러 전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 임기는 5년이다.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는 5년에 7차례 정도 개최된다. 중앙위원회는 정 위원 205명에 후보위원 171명을 더해 모두 376명으로 구성된다.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는 중국공산당이 개최하는 회의 가운데 가장 중요한 회의로, 정 위원과 후보위원 모두가 참석한다.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 가운데에서도 제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중전회)는 당대회(전국대표대회) 기간에 열리는 1차와 2차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새로 선출된 중앙위원 전체가 처음으로 모여 당의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관례를 지난 46년간 지켜왔다.
1978년 12월에 열린 제11기 3중전회에서는 “마오쩌둥(毛澤東) 동지가 내린 지시와 결정은 무엇이든 옳다”는 ‘양개범시(兩個凡是)’의 관례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권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개혁·개방’을 당의 중심사상으로 채택했다. 1984년 10월에 열린 제12기 3중전회에서는 ‘계획적 상품경제’를 도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대체로 5년마다 한 차례씩 10~12월 가을에 개최된 3중전회에서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농촌 토지 소유제 개혁’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제도 완비’ 등 굵직굵직한 개혁 과제들을 채택해 왔다. 그러는 사이 중국의 경제체제는 마오쩌둥 시대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변화해 왔고, 1990년대 들어서는 연평균 10% 안팎의 고도성장을 이룩해 왔다.
그러나 2012년 11월 시진핑이 당 총서기로 선출된 이후 2018년 가을에 열려야 정상인 제19기 3중전회는 10개월을 앞당긴 2018년 2월에 개최됐다. 19기 3중전회는 ‘당과 국가 기구 개편의 심화’ 안건을 채택했고, 이어서 3월에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는 헌법에서 국가주석의 3연임을 금지하는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시진핑의 3연임 시대를 열어놓았다. 2018년 가을에 열려야 할 19기 3중전회를 앞당겨 2월에 개최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2022년 10월에 개최된 전당대회에서 중국공산당 사상 첫 3연임 당 총서기로 선출된 시진핑 앞길을 가로막을 사람이나 세력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40년 넘는 관례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가을에 20기 3중전회를 개최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20기 3중전회는 개최되지 않았고, 베이징발 로이터 통신은 “이에 대해 중국공산당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가을에 개최되었어야 할 20기 3중전회는 왜 지난 40여 년간의 관례를 무너뜨리고 10개월이 지난 오는 7월에 개최된다고 고지됐을까. 이와 관련해 2022년 12월 30일 주미 중국대사에서 외교부장으로 발탁된 친강(秦剛) 사태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2023년 3월에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무위원으로 승격된 뒤 4개월 만인 7월 25일 중국 관영 중앙TV는 “최고 입법기구인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친강 국무위원을 면직하고 왕이(王毅) 정치국 위원을 신임 외교부장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친강은 현재도 중앙위원 자격은 박탈되지 않았고, 정 위원 205명 가운데 한 명으로 올라 있다. 정부인 국무원에서는 직위가 정리됐지만 당에서는 아직 정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시진핑이 지원하는 늑대(戰狼) 외교의 상징 인물이던 친강은 지난해 6월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교부 장관, 러시아 외교차관과 잇따라 회담한 것을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친강의 행방은 벌써 1년 가까이 일절 알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베이징 주재 외국 특파원들은 “아무도 친강의 행방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는 걸 보면 그 이유는 오직 한 사람(시진핑) 때문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외교부장이 갑자기 실종되고, 1년 가까이 아무런 공식 설명이 없는 것은 아무래도 비정상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친강 외교부장 실종에 이어 3개월 후인 지난해 10월 24일 중국중앙TV는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6차 회의를 열어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을 면직했다고 발표했다. 전인대는 리샹푸 국방부장 면직 사유를 밝히지 않았고, 중국중앙TV는 친강 전 외교부장이 이날 국무위원직에서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리상푸 국방부장은 지난해 8월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평화 안보 포럼 참석 이후 50일 이상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 학습과 국경절 리셉션 등 주요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아 부패 혐의로 실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는 지난해 7월 말 리위차오(李玉超) 로켓군사령관이 전격 경질된 뒤 군 납품 관련 부패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베이징에 나돌았다.
친강 외교부장과 리상푸 국방부장에 앞서 샤오야칭(肖亞慶) 공업정보화부 부장은 2022년 7월에 부패 혐의로 실각했고, 지난해 7월에서 12월 말 사이에 인민해방군 장성 9명이 전인대 대표직을 박탈당한 뒤 직위해제됐다. 직위해제된 장성 9명 가운데 5명은 로켓군 소속이었다고 미국 스탠퍼드대학 소속 중국정치 전문가 우궈광(吳國光) 박사가 중국 전문 인터넷 계간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China Leadership Monitror) 2024년 봄호에서 공개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학생시위에 참여했던 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자 출신인 우궈광은 “시진핑은 마오쩌둥 시절 핵무기 개발과 위성 발사를 가능하게 했던 거국체제(擧國體制)를 본떠 군인과 테크노크라트 출신들을 발탁해서 ‘신형 거국체제’ 형성을 꿈꿨으나 부패의 만연으로 통치체제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시진핑은 나름의 통치시스템을 형성하기 위해 칭화(靑華) 후배인 계량경제학 전공인 경제학 박사 장궈칭(張國淸·60)을 부총리 겸 정치국원으로 발탁했고, 같은 칭화대 후배로 핵반응 원자로 전공인 리간제(李干杰·60)를 정치국원 겸 당 서기처 서기 겸 조직부장이라는 중책을 맡겨 놓았다. 시진핑은 자신의 3연임을 결정한 2022년 말 20차 당대회에서 이들을 발탁하면서 이들 테크너크라트들을 활용해 견고한 통치체제 형성을 꿈꾸었던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 우궈광의 진단이다.
그러나 군과 정부의 중요 조직을 관장하는 테크너크라트들이 친강 외교부장의 실각을 시작으로 줄줄이 부패에 연루되어 실각하면서 겉으로는 견고해 보였던 시진핑의 통치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물론 시진핑의 통치체제는 현재도 외형상으로는 견고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진핑은 3연임을 결정한 2022년 20차 당대회 이후 2023년 가을에 개최해야 할 3중전회를 개최하지 못하고 중국공산당 역사에 전례가 없는 7월 한여름 개최라는 이변을 연출하게 됐다.
이런 통치체제의 불안정은 2022년에 그 겉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을 제대로 못 하는 원인으로 작용해서 미국에 대한 GDP 추격 전선에서는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021년 중국 GDP는 17조759억 달러를 기록하며 미국 GDP 23조5940억 달러 대비 75.3%까지 추격했다가 2022년에는 미국 GDP 25조7440달러 대비 70.3%에 해당하는 18조1000억 달러로 후퇴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2022년 가을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보한 시진핑 체제는 잇단 인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외형적으로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통치 거버넌스의 실패로 금이 가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물론 중국 경제는 현재도 1978년 이후 40여 년간 지속된 덩샤오핑 체제가 남긴 민간 분야의 활기와 외국 자본 도입, 대외무역을 통해 올해 5% 성장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시진핑이 이끄는 통치체제 내부에는 금이 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호서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