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경영권 넘겨라"…日, 韓에 네이버 추가 조사까지 요구

2024-05-02 13:18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 서비스 화면 [출처=라인 홈페이지]
일본 정부가 자국 국민 메신저 '라인(LINE)'에 대한 네이버의 지배력을 줄이려는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급기야 국내 정부에 네이버에 대한 추가 조사까지 요청하고 나섰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지분 구조 논의를 본격화하고 조만간 관련 입장을 낼 전망이다.
 
2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정부는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에 네이버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네이버에 '라인야후' 관련 개인정보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대해 달라는 게 요점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라인야후는 서버 공격으로 라인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정보 약 51만건이 유출됐다. 일본 정부는 해당 사태의 원인으로 '네이버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지목했다. 이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 내용을 포함한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네이버와 같은 지분을 보유한 소프트뱅크에는 "라인야후에 대한 자본적인 관여를 보다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여기엔 이번 기회를 빌미로 일본 정부가 자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메신저에 대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완전히 박탈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 정부에까지 네이버 조사를 요청하면서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다만 개보위는 일본 정부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고, 일본에서 정보 유출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 이미 필요한 조사와 조치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이미 조사가 끝난 사안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네이버도 소프트뱅크와 라인 지분 논의를 본격화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재팬의 통합을 결정하면서 설립한 A홀딩스는 라인야후 지분 64.5%를 보유한 모회사다. 현재는 양사가 각각 절반씩 지분을 나눠 공동경영을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네이버가 가진 A홀딩스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만약 한쪽이 A홀딩스 지분을 단 1주라도 더 확보하면, 공동경영 체제는 자연스럽게 무너지게 된다.
 
네이버는 지분 매각 여부와 매각 조건 여부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내부 논의 중이다. 이번 사안이 한·일 간의 외교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네이버는 조만간 입장을 정리하고 공식 견해를 한·일 양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국내 정부도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네이버와 (관련 사안을) 협의해 왔다"며 "앞으로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지원이 필요한 경우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도 "정부와 네이버는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네이버 측 요청 사항을 전적으로 존중해 이 문제에 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