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무료서비스 시장획정 구체화…경쟁제한 분석시 네트워크 효과 고려

2024-04-29 12:00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 확정…내달 1일 시행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공정거래위원회가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반영해 기업결합방식을 현대화하는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을 확정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개정된 심사 기준은 시장의 경쟁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디지털 경제 특유의 혁신은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디지털 분야 기업결합의 경쟁제한 효과와 효율성 증대효과가 균형 있게 심사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다.

디지털 서비스는 무료 제공이나 많은 이용자가 특정 서비스를 이용해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 유발 요인이 되는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는 특징이 있다. 이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고려되고 있지만 심사기준에는 반영되지 않아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

이에 공정위는 그동안 국내외 법집행 경향과 학술적 논의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기업, 스타트업, 관계부처, 규제개혁위원회 등의 의견을 종합해 심사 기준을 개정했다.

무료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에는 시장획정 방식을 규정했다. 시장획정은 기업결합을 하는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자들을 구분해 경쟁의 범위를 특정하는 것이다. 일례로 현행 심사기준에 따르면 A서비스의 가격이 인상되었다고 가정할 때 B서비스로 수요대체가 나타날 수 있음이 확인되면 이들은 경쟁사업자로서 같은 시장에 있는 것으로 획정된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광고를 보게 하거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대가를 수취하는 경우에는 올랐다고 가정할 가격이 없다. 이럴 경우 개정된 심사기준은 가격이 아닌 서비스 품질이 악화되었다고 가정할 때의 수요대체를 확인하는 방법 등을 통해 시장을 획정한다.

또 경쟁제한 효과를 분석할 때 공정위가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디지털 서비스 공급자의 기업결합은 해당 서비스의 이용자 수나 데이터 양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 수가 늘어나거나 데이터 양이 증가하면 추가 수요 유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이 클수록 결합기업들의 시장지배력 역시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를 고려했다.

개정 심사기준은 경쟁제한 우려뿐만 아니라 디지털 분야 특유의 효율성 증대효과의 사례도 보강해 기업결합의 긍정적 효과 역시 균형있게 심사될 수 있도록 했다. 

간이심사 대상도 정비했다. 현행 심사기준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기업결합은 신고된 내용의 진위 여부만 확인하는 형태로 간이심사하도록 하고있다.

개정된 심사기준은 온라인 플랫폼이 자신의 서비스와 다른 타 업종 사업자를 인수하는 경우 인수되는 사업자가 월 평균 500만 명 이상에게 상품·서비스를 공급하면 일반심사 하도록 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10% 이상에 해당하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가 온라인 플랫폼에게 인수될 경우 경제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사모집합투자기구(PEF)의 기존 유한책임사원(LP)이 PEF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다른 LP의 지분을 인수하는 행위는 간이심사 대상이 된다. PEF 내부적 행위로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공정위는 "개정 심사기준 시행으로 디지털 분야에서의 기업결합을 통한 인위적 독점력 창출과 강화가 보다 효과적으로 방지되고 혁신적 벤처·중소기업과 소비자 후생이 잘 보호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기업결합을 하려는 기업들의 심사에 대한 예측 가능성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