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보궐선거 참패...'포스트 기시다 인물 물망'

2024-04-29 11:16
日자민당 보선 3곳 모두 '참패'...제1야당 입헌민주당 '약진'
日매체 "기시다에 큰 타격"...'조기총선' 가능성에 '후계자' 언급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EPA·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8일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조기 퇴진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시마네 1구에서도 집권 자민당은 17%포인트 차로 대패할 정도로 '비자금 스캔들' 등으로 민심이 싸늘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 매체들은 일제히 기시다 체제의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차기 총리 후보들을 물망에 올리고 있다.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도쿄 15구, 혼슈 서부 시마네 1구, 규슈 나가사키 3구 중의원을 뽑는 보선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3석을 모두 가져갔다. 집권 자민당은 '비자금 스캔들'에 휘말려 선거구 3곳 중 2곳은 후보를 내지 못했고, 1996년부터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던 '보수 왕국' 시마네 1구에만 유일하게 후보를 냈으나 17%포인트 차이로 완패를 당했다.

모든 선거구에서 자민당은 '참패'를 당했다. 최대 관전 요소였던 시마네 1구에서는 58.8%를 득표한 제1야당 입헌민주당 가메이 아키코 후보가 자민당 니시코리 노리마스 후보를 17.6%포인트 차이로 가볍게 눌렀다. 기시다 총리는 이 지역 유세를 두 번이나 올 정도로 공을 들였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가메이 당선인은 "보수 왕국이라고 하는 시마네현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큰 메시지가 돼 기시다 정권에 닿을 것"이라는 당선 소감을 전했다.

다른 선거구에서도 입헌민주당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도쿄 15구에서 사카이 나쓰미 입헌민주당 후보는 득표율 29%로 2위 후보를 압도하며 당선됐다. 해당 지역구는 후보 9명이 난립한 곳이었다. 나가사키 3구에서도 야마다 가쓰히코 후보가 득표율 68.4%로 압승했다. 선거 결과에 대해 모테키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겸허히 받아들여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현지 매체들은 '기시다 퇴진'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사히신문은 "비자금 사건에 대한 자세를 추궁당한 기시다 총리에게는 냉엄한 결과"라고 평했고, 교도통신은 "보선 전패는 자민당에 대한 강한 비판을 뒷받침하는 형국"이라며 "여당(자민당) 의원들은 기시다를 권력에서 축출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기시다 총리의 기존 구상은 시마네 1구 수성 뒤 감세 정책 등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이후 9월 자민당 총재 재선이나 중의원 조기 해산에 이어 총선 승리를 목표로 했다. 압승한 야당 입헌민주당은 이날 중의원 해산을 요구했으나, 자민당은 해산 직후 총선 시 패배 가능성이 높아 '신중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이와 함께 향후 후계자 하마평도 들려왔다. 교도통신은 이날 정치 평론가를 인용해 자민당 내 새로운 인물을 거론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후보로서 정치적 분위기를 바꾸는 데 적합하다고 소개됐다. 71세의 그녀는 하버드케네디스쿨 정치 엘리트 출신으로 최근 비자금 스캔들에도 연루되지 않아 '깨끗한 이미지'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모테키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사무총장, 고노 다로 디지털대신,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등이 물망에 올랐다고 교도통신은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의 향후 결정이 관건이다. 기존 관행에 따르면 현 내각이 사퇴한 뒤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현 기시다 내각은 지지율이 워낙 낮기 때문에 시간을 끌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면 기시다 총리가 사퇴에 쉽게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교도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기시다 총리는 총리직을 유지하고자 총력을 다할 의지가 있다"며 "자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저명한 후임자가 나오기 전에 중의원을 해산시킬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체자가 등판하기 전에 기시다 총리가 다시 한번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가능성도 언급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