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尹정부 남은 3년, 풀어야 할 통상 과제 셋
2024-04-29 17:20
이제 곧 5월이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만 2년이 지난다. 자연 남은 3년의 임기 동안에 어떻게 국정을 이끌 것인지가 윤 대통령 자신은 물론 세간의 관심이 아닐 수 없다. 국정 추진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대외적으로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신 3고 현상 속에 지정학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가중되어 대외전략 마련이 쉽지 않다. 대내적으로도 4월 총선 결과 여소야대 속에서 중요 정책 추진이 야당의 협조 없이는 성과 내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정 추진은 주어진 임기 안에서 성과 도출이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리고 차기 정부에서 계속 추진해야 할 장기과제 등으로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에 올해 중 점검을 통해 향후 2년의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말부터 본격 추진해 2년의 성과를 도출한 다음 2027년 5월 차기 정부로 넘기는 방안이 어떨까 싶다.
그렇다면 과연 윤석열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국제통상에서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우선 지난 2년간 추진해 온 통상정책을 겸허히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통상정책의 목표와 방향에서부터 실제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와 반성할 점, 그리고 향후 추진할 방향까지 종합 검토해서 핵심 과제를 재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한동안 세계적 분열과 대립이 계속될 국제통상 환경에서 우리가 중점 추진해야 할 통상정책의 핵심 과제가 재선별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제통상 분야에서 윤석열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중점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협상 여건이 점차 호전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여부이다. CPTPP는 지난 문재인 정부 말기에 가입 협상 개시를 공언하다시피 했으나 결국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의 신뢰가 실추됨은 물론이었다. 이번에 CPTPP를 추진한다면 신중하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가입 여건은 CPTPP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일본이 우리나라의 CPTPP 가입에 호의적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좋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몸값을 최대한 올려 가입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몸값이 높아지면 가입 협상도 그만큼 유리해진다. 사실 미국 없는 CPTPP는 반쪽짜리 경제협력체이다. 중국을 상대하기도 버겁고,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 CPTPP는 그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 일본이 우리의 가입을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도 CPTPP 가입을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언제 가입 협상 개시를 공표해 언제 가입 협상을 시작하고 어떤 수준에서 타결하여 언제 협상을 마무리할 것인지 전략적으로 시기 판단이 필요하다.
대내적으로는 이해관계자 설득이 중요하다. 왜 CPTPP 가입이 필요한지부터 소상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같이 실질 GDP 몇 퍼센트 증가와 같은 방식은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가입 이유와 그에 따른 득실을 설명해 가입에 따른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농업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어느 누가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국제협상을 찬성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제는 농업계도 막무가내식의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적 관점에서 더 큰 이익을 위해서 가입을 추진하다는데 이를 무조건 반대하는 시절은 지났다. 대신 정부도 농업계의 양보에 상응하는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결국 정부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사전에 농업계를 설득하는지가 관건이다.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여 국민화합의 장으로 나갈 수 있는 국가가 선진국이다.
두 번째는 내년으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활용이다. APEC 정상회의는 아태 지역 21개국 정상과 각료 등 약 6000명이 모이는 초대형 정상회의이다. 회의 개최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는 물론 한류를 다시 전 세계에 파급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정작 이번 APEC 정상회의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정학적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추가하여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및 공정한 경쟁이란 가치가 훼손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그 외 이슈, 특히 공동의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여전히 많다. 주최국의 이점을 십분 활용하여 한·미·일 정상회의는 물론 한·중·일 정상회의와 한·중 또는 한·러 정상회의를 추진해 볼만하다.
마지막으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IPEF) 협상의 마무리 준비이다. IPEF는 현재 4가지 협상분야 중 공급망과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세 분야는 이미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가장 종요한 무역은 미타결 상태로 앞으로의 협상 전망도 밝지 않다. 합의에 도달한 분야도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어떻게 IPEF 무역분야 협상을 마무리할 것인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해 IPEF를 폐기한다면 또 어떻게 대응, 활용할 것인지를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고 한다. 여야가 합심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 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