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시험대 오른 K-금융, '국가 대항전' G2G 늘어나는데 관건은 위험분산
2024-04-23 18:05
폴란드·루마니아·체코 등 최소 수십조원 '국가 간 계약'
지정학적 리스크, 고금리, 글로벌 불경기 등 위험 상존
"수출금융 지원 중요하나 위험분산도 깊은 고민 필요"
지정학적 리스크, 고금리, 글로벌 불경기 등 위험 상존
"수출금융 지원 중요하나 위험분산도 깊은 고민 필요"
G2G 계약은 정부가 직접 계약 당사자로 나서는 것으로, 이른바 K-방산, 원전 등 대규모 해외 인프라 수출에서 주로 활용된다. 규모도 최소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하고, 기간 역시 최소 수십년에 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개별 방산, 원전, 건설업체의 역량에 의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가 직접 나서서 산업협력·금융지원 등의 패키지 딜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G2G 계약을 적극 추진 중이다. 폴란드 정부와 무기 대금 수출 관련 계약은 물론, 루마니아와도 이날 정상 회담을 통해 방산과 원전에 대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G2G 계약 성사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또 체코에서는 현재 프랑스와 최소 30조원 이상의 원전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만약 체코 원전을 수주한다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5년 만에 원전을 수출하게 된다. 또 원활한 자금 지원을 위해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을 25조원까지 확대했고, 조만간 2조원 규모의 출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G2G 계약을 통한 대규모 해외 인프라 수주가 늘어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수출금융의 위험분산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폴란드 방산 수출 건만 보더라도 지난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지정학적 리스크로 남아 있다. 3년째 이어진 전쟁 탓에 인접한 국가인 폴란드 경제는 지난해 0.2% 성장하는 데 그쳤다. 경제 성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종 방산 계약을 체결해 무기와 낮은 금리의 금융·보증·보험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수십년에 걸쳐 자금을 회수하는 데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기를 사들이는 폴란드 입장에서 돈이 없으니 한국에게 무기도 팔고, 금융지원까지 해달라는 것"이라면서 "한 번 계약이 성사되면 20년 이상 끌고가야 한다. 최악의 상황 땐 폴란드가 디폴트(채무불이행) 또는 모라토리움(지급유예) 등을 선언하면 이에 대한 리스크는 온전히 한국 정부와 기업이 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국책은행이나 정책금융기관에서 부족한 여력을 채우기 위해 급히 민간 금융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위험분산을 두고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 간 입장 차이도 분명하다. 민간 금융사에서는 "저리의 금융 지원 관례가 있다고 해도 무작정 퍼줄 수 없고, 원하는 금리 요건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반대로 정책금융기관에서는 보증에 따른 리스크를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탓에 섣불리 나설 수 없다.
금융권은 수출금융 지원 역할도 중요하지만, 위험분산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요한 건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리스크헷징에 대한 고민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