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소프트웨어 등장…SaaS 형식으로 중소기업 겨냥

2024-04-21 15:36
韓, 공시 연기로 뒤처질 우려 상존

ESG 지표 추적·공시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성장 전망 [사진=딜로이트]
최근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기업의 환경·사회·투명경영(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ESG 측정을 돕는 소프트웨어가 각광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도 규제에 포함되다 보니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형식이 인기를 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ESG 공시 의무화가 2026년 이후로 늦춰지면서 관련 산업에서 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딜로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ESG 측정 소프트웨어 시장의 크기는 올해 약 1조3790억원(10억달러)을 돌파했다. 2032년에는 약 3조5854억원(26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시장의 크기가 약 868억원(6300만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10년 동안 4배가량 성장할 거란 전망이다.
 
과거 탄소배출량과 사용량을 측정하고 이를 공시하는 방식이 표준화돼 있지 않았을 땐 ESG 소프트웨어 시장이 성장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마련되면서 ESG 소프트웨어 시장의 발전을 촉진했다. 공시가 의무화돼 공시 사례가 충분히 누적되면 자연스레 공시 방식의 표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국가별 ESG 공시 의무는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EU는 지난 2021년 발표한 '지속 가능 보고 지침(CSRD)'을 통해 총자산 약 294억원(2000만 유로), 총매출 약 586억원(4000만유로), 연간 평균 직원 250명 중 두 조건 이상에 해당하는 기업은 2025년 회계연도부터 의무적으로 ESG를 공시토록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달 6일(현지시간) ESG 공시 기준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오는 202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중소기업·스타트업을 겨냥한 SaaS 방식의 ESG 소프트웨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공시 의무가 일부 빅테크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데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처럼 자체 소프트웨어를 구축할 여력을 갖춘 곳 역시 많지 않기 때문이다.
 
파리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그린리는 ESG 소프트웨어를 SaaS 형식으로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2022년엔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단계인 시리즈A에서 약 441억원 가량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그린리는 산업별, 스코프(기업의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별로 특화된 탄소배출 측정방법과 데이터를 자동 통합, 기업의 리스크 파악, 행동추천과 같은 기능을 제공한다. 
 
국내 기업에선 i-ESG(아이이에스지)가 관련 산업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아이이에스지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의 ESG 통합 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지난해엔 정부가 주관하는 스타트업 대상의 기술 인큐베이터 프로그램(TIPS)에도 선정된 데 이어 1월엔 열린 '2024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2024)'에도 참가해 글로벌 무대에서 자사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달엔 탄소 회계 소프트웨어인 'GHG 관리 모듈'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ESG 공시 의무화를 내후년으로 연기한 것에 대해 아쉽다는 말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장하려면 구축 사례가 늘어나야 하는데 사례가 빈약한 상황에서 더욱 부족해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