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AI법 덜 구체화…'이중 규제' 우려로 국내 입법 신중해야"

2024-04-18 14:27
법무법인 원, 'EU AI법 기업 대응 세미나' 개최
"집행 방법 예측 어려워...후속 양식 지켜봐야"

 
김윤명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17일 법무법인 원과 모두의연구소가 개최한 ‘EU AI법 기업 대응 위한 세미나’에서 생성형 AI 시대의 데이터 윤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원]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법을 마련하면서 국내에서도 조속히 관련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세부 사항이 정립될 때까지 입법을 신중히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윤명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날 법무법인 원과 모두의연구소가 개최한 'EU AI법 기업 대응 위한 세미나'에서 "지금 AI기본법안은 예측 가능성도 떨어지고, 불명확성으로 사업자에게 부담만 지우는 법안"이라며 "22대 국회에서 제대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EU의 행정명령이 어떻게 구체화할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입법하는 게 의미가 있는가"라며 "유럽 법이 70%의 규제라면 미국은 50%의 규제다. 우리 정부 정책은 규제 수준을 70%로 상정하고 유연한 대응을 고민해야 하지, 정책 자체를 50% 수준의 규제로 둘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EU AI법은 광범위한 AI 규제를 담고 있어 실제 적용하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많다. 또 미국 행정부가 마련하는 관련 가이드라인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입법을 서둘렀다가 '이중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법은 기본법 성격을 가진 포괄적 규제로 지난 3월 EU의회에서 가결돼 발효까지 몇 단계 절차만 앞두고 있다. 고위험 등급을 포함해 AI 활용 위험도를 크게 4단계로 나눠 차등 규제한다. 발효 후 1년까지는 세부적인 내용을 조정하는 단계를 거치고, 적어도 2년 이내에 적용되도록 한다. 다만 '고위험 인공지능'에 대한 규정은 3년까지 적용 유예가 가능하다.
 
하지만 기업이 규제 대상인지, 4단계 규제 중 어느 곳에 적용되는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직접 AI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았더라도 장난감이나 의료기기 제조사가 안전성 점검에 AI 기술을 사용했을 경우, 또 채용·승진 시 AI 기술을 사용했을 경우도 규제 대상이다. 또 법안에서는 규제 대상 기업을 공급자, 수입자, 유통자, 배포자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해당 지위나 단계마다 다른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나온 법안을 기준으로만 규제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정익 변호사(법무법인 원 인공지능대응팀)는 "예외도 많아 실제로 어떻게 집행이 이뤄질지 예측하기 힘들다"며 "EU 집행위원회가 몇 개월 내에 양식이나 표준을 만들도록 돼 있기 때문에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제 중심의 AI법뿐만 아니라 AI 기업 간의 제조물 책임 지침, AI 책임에 대한 민사 지침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챗지피티(GPT)와 달리 AI 개발사와 서비스사가 다를 경우 서비스 문제가 생겼을 때 이용자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의 영역이다. 

김 교수는 "AI법은 공공의 영역에 있어서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 제조물 책임 지침은 공급자 간의 책임 범위, AI 책임에 대한 민사 지침은 AI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그 손해는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