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중동 확전 리스크에 자동차·항공 등 산업계 초긴장

2024-04-18 05: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면서 산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핵심 항로인 홍해-수에즈 항로에 이어 호르무즈 해협까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2개 항로를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면서 '제2의 물류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 여론을 감안해 즉각적인 군사보복 대신 점진적인 압박 카드를 시사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유가에 민감한 항공사와 수출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는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현지 판매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이스라엘 자동차 시장에서 각각 16%, 14%의 점유율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스라엘 현지에 제조공장이나 연구시설 등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에는 수송, 운송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사태 장기화에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해역의 입구로 이란과 오만 사이의 좁은 바닷길이다. 이곳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를 수출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물동량은 글로벌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30%에 달해 '원유의 동맥'으로도 불린다. 현대차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 수송에 편중돼 홍해와 달리 완성차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은 덜하지만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있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와 중고차 업계도 이미 홍해 사태로 1차 물류대란을 겪었는데 이스라엘-이란 사태가 겹치면 피해가 더 커질까 우려하고 있다. 중고차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요르단, 리비아행 물량이 홍해를 우회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아가면서 이미 물류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더 버틸 체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홍해 사태로 이미 수송비용이 지난해 말보다 65% 이상 뛰었는데 환율 상승 효과까지 겹쳐 비용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항공·타이어 업계도 비상이다. 항공업계는 이번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올라 비용이 증가하고, 유류할증료 상승으로 여객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항공유는 항공사 영업비용의 30% 이상을 차지해 수익성과 직결된다. 항공유 인상은 유류할증료와 연동돼 대부분 상쇄되지만 사태가 장기전으로 치달을 경우 가격 연쇄상승 효과로 여객수요가 타격받을 수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거리에 따라 2만1000~16만1000원으로 4월과 동일하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 항공은 2만3000~12만5800원으로 전월(2만2600~12만3600원) 대비 약 2% 상승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5월까지는 유류할증료가 동결돼 직접적인 영향이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6월부터는 항공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석유를 수입해 타이어를 만들어 수출해야 하는 타이어 업계는 원가 상승에 따른 압박과 물류지연에 따른 수송 대란 '이중고'를 우려하고 있다. 한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홍해 사태로 물류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송량을 늘리면서 이미 비용부담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커진 상황"이라며 "단기간은 버틸 수 있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비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