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빵집 자리에 오니기리 전문점이…日서 문 닫는 빵집 증가
2024-04-18 06:00
'빵'에서 '오니기리'로 트렌드 변화
빵가게 줄도산…밀가루값 급등에 고급식빵 인기 줄어
화려한 오니기리, 젊은층과 방일 외국인에 인기
빵가게 줄도산…밀가루값 급등에 고급식빵 인기 줄어
화려한 오니기리, 젊은층과 방일 외국인에 인기
빵 덕후라면 일본 여행에서 소금빵, 메론빵, 카스테라 등 빵맛집을 찾아 다닌 적이 있을 것이다. 일본 음식이라 하면 초밥, 돈가스, 우동 등이 먼저 떠오르지만 여행객들 사이에서 일본은 빵이 맛있기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빵집 도산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한 덩어리에 수만원씩 하던 고급 식빵집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동네 작은 빵집들이 자취를 감추는 일이 눈에 띄고 있다.
유럽의 빵이 일본에 전해진 것은 16세기. 포르투갈 상인들이 일본에 빵을 소개했고, 포르투갈 언어인 팡테로를 ‘팡’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오늘날의 ‘빵’이 됐다. 이후 빵은 일본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주식으로 자리 잡았고, 빵 소비도 늘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단팥빵은 일본 빵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데, 1869년 ‘기무라야’에서 만들어낸 빵이 시초다. 딱딱하고 맛없다는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단팥을 넣거나 계란을 많이 넣어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했다. 1900년대 들어서면서 과일잼을 빵안에 넣은 잼빵이 등장했고, 1927년에는 카레를 빵반죽으로 감싸 만든 카레빵이 나왔다. 최근에는 샌드위치 빵에 과일과 생크림을 넣어 만든 빵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세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처럼 ‘빵대국’이라 불릴 만한 일본에서 최근 빵집 도산이 이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제 “빵에서 오니기리(삼각김밥)로"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말도 나온다.
일본 조사회사 도쿄상공리서치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빵집 도산 건수는 전년 대비 85% 증가한 37건으로 1989년 통계 집계 후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기업에 일본 정부가 제공해 온 실질 무이자·무담보 대출 ‘제로제로 융자’ 상환 기간이 다가온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밀가루값 등 원재료 가격의 급등이 큰 영향을 줬다.
담당자는 또한 “굽는 공정이 있는 빵제조는 광열비 부담도 큰데, 최근에는 에너지 비용 상승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급 식빵 인기가 한물간 것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약 5년 전부터 ‘프리미엄 식빵’이 대유행하면서 전문점들이 우후죽순 들어섰는데, 경쟁이 과열되면서 고급 식빵 전문점이 줄줄이 문을 닫은 점도 빵집 도산 증가의 원인 중 하나다.
반면 사라지는 빵집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이 ‘오니기리 전문점’이다. 음식 전문 연구기관 ‘구루나비 소켄’에 따르면 지난해 오니기리 전문점의 신규 출점수(예약 사이트 ‘구루나비’ 가맹점 기준)는 전년 대비 약 1.5배 급증했다.
이 가운데서도 반찬을 듬뿍 넣거나 고명으로 올린 오니기리는 외양도 화려해 SNS를 타고 유행하면서 젊은층과 외국인 여행객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오니기리 전문점 중에는 방일객 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을 노려 해외로 출점하는 곳들도 증가하고 있다.
구루나비 소켄 담당자는 “오니기리 전문점은 많은 조리기구가 필요하지 않고, 만드는 데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도 아니어서 인재 확보가 쉽다. 즉 출점 비용이 비교적 소액으로 가능한 점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의 오니기리에 주로 들어가는 우메보시(매실 장아찌)와 다시마조림의 경우 보존성도 좋아 버려지는 양이 적다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쌀 생산과 소비 확대에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일본 정부도 오니기리 업계를 적극 지원 중이다. 빵 원료인 밀가루는 일본 내 수요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엔저와 원재료가 급등이 빵집 경영을 압박하는 반면, 쌀로 만든 오니기리는 100% 자급자족이 되는 상황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오니기리 수출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어 오니기리 전문점의 국내외 출점 확대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