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어 5월 위기설까지...전문가들 "위기전이 가능성 낮아…우량사업장 중심 지원 필요"

2024-04-16 17:34
정부 대책에도 각종 지표 후퇴…"국제 정세 악화 겹치며 5월 위기설도"
"전체 금융권 전이 가능성 낮아…충격 최소화 위한 부실 솎아내기 필요"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청사진이 나온 가운데 '위기설'로 대표되는 시장 불안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개선을 천명했음에도 시장 지표 악화와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겹치며 '5월 위기설'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PF 부실이 금융권 전체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지만 보다 실효성 있는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 지표·국제 정세 악화로 '5월 위기설' 솔솔

16일 업계에 따르면 4월 총선 이후 건설업계 위기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4월 이후 PF 부실이 건설업 붕괴에 이어 금융권 위기로도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 위기설의 골자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기업구조조정(CR)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한 미분양 해소와 PF 지원 대책을 담은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당국도 PF 보증 한도를 종전 25조원에서 34조원으로 늘리고 비아파트 사업장에도 4조원 수준의 공적 보증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각종 지표가 악화 추세를 보이며 시장 우려는 여전히 불식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5조3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부도 처리된 건설사도 9곳에 달한다. 한국신용평가가 올해 등급전망을 내린 건설사도 GS건설·신세계건설·한신공영·대보건설 등 4곳이다. 여기에 최근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으로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건설업계를 둘러싼 위기론은 한층 거세지는 형국이다.
 
"단기 위기 가능성 낮아···PF 부실 여파 줄이기 위한 '옥석 가리기' 속도 내야"

다만 '5월 위기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총선 여파와 국제 정세 악화로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흔들리면서 위기설이 다시금 나오고 있다"면서도 "연말 위기가 확대될 가능성은 있지만 상반기에 건설업계 부실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돼 금융 시스템이 흔들릴 정도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3년간 PF 대출 규모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최근 연체율 상승 추이는 다소 완만해 이런 추세라면 단기간에 위기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PF 부실 위험에 대한 위기 관리에 꾸준히 나서고 있다는 점도 단기적인 위기 발생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게 하는 요소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PF에 대한 부실 위험이 금융권, 특히 제1금융권으로 이전돼 시스템이 리스크화할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다. 제도적으로도 금융권에 대한 위기 전이 가능성은 많이 차단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미분양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6만가구에서 최근에는 6만가구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고,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금융권 연체율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대주단 협약과 정상화 지원 펀드 등 위기 관리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PF 부실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는 만큼 우량 사업장을 중심으로 과감한 '솎아내기'식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함 랩장은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는 이슈가 국내뿐만 아니라 중동 등 국외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자금 지원이나 만기 연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장 우려가 여전히 높다"며 "현행 정부 로드맵대로 리스크 분리를 통한 판단으로 우량 사업장과 그렇지 못한 사업장을 나누고 속도감 있는 신규 자금 투입과 출자 전환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현재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 기준을 기존 3단계에서 4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회수의문)로 세분화하고, ‘보통·악화우려’ 사업장에는 경·공매를 활성화하는 등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연착륙 유도를 위한 로드맵 마련에 나선 상태다.

송 소장은 "3금융권과 2금융권에 대한 부실 전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다만 유동성 공급이 전방위로 이루어지는 것보다 옥석을 가리는 방식으로 지원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인 부실 개선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도 "PF 부실 여파와 관련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량 사업장과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한 지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