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승리 후폭풍] 尹정부 감세 드라이브 제동…확장재정 압박 커질 듯
2024-04-12 05:00
금투세 폐지·상속세 완화·증시 밸류업 등 정부여당 정책 '좌초'
민생지원금 지급에 최소 13조 필요…저출산 정책도 재정 부담
민생지원금 지급에 최소 13조 필요…저출산 정책도 재정 부담
오히려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 야당 측 주요 공약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부정적인 의견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확장 재정 요구도 빗발칠 공산이 크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치른 총선 결과 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비례정당)이 175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여당은 108석에 그쳐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내주게 됐다.
3년여 남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진다. 경제 분야 입법 과제 추진이 험난해졌다는 의미다.
경제정책방향·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좌초 위기
그동안 정부는 입법 대신 시행령 개정으로 필요한 경제정책을 추진해 왔다. 올해 초 발표한 경제정책방향 주요 과제와 선거 기간 이어진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이행은 총선 뒤로 미뤘는데 여당이 참패하면서 향후 입법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대표적인 게 금투세 폐지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내 증시에 덧씌워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불명예를 해소하겠다며 금투세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여당도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 폐지와 현행 주식 양도세 과세 체계 유지를 골자로 한 금융 공약을 제시했다.
금투세 시행을 멈추려면 소득세법을 다시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금투세 폐지는 '투자자 감세'라는 정부·여당 측 주장과 달리 야당 일각에서는 '부자 감세'라고 비판 중이어서 협조를 얻어내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상속세 완화 논의도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상속세 개편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현행 전체 유산에 과세하는 유산세를 개인 취득분에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게 골자다. 이 역시 세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야당 측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 기업에 지원하는 각종 세액공제 조치 등도 기본적으로 세제 혜택 제공을 통한 감세 정책이라 야당이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과정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기한 민생 품목 부가가치세 완화, 부가가치세 간이 과세자 기준 상향 등은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폐기 수순에 접어들었다.
야당 주도 정책도 재원 마련이 숙제···"여야 협상 중요한 시점"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 등으로 상징되는 야당 측 확장 재정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내놓은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민등록 인구는 5133만명이다. 야당 측 주장대로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최소 12조8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필요 조건인데 정부와 여당은 반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제시한 저출산 정책도 재정에 부담을 준다. 민주당은 총선 과정에서 아이 셋 낳으면 1억원 지급, 2자녀 이상 가구에 분양전환 공공임대 아파트 제공, 만 18세까지 월 20만원씩 아동바우처 지급 등 저출산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필요 재원은 재정지출 구조조정과 연간 총수입 증가분 등으로 충당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여야 간 협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야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끌고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양당 모두 협상을 통해 조금씩 양보하며 주고받지 않으면 아무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