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알맹이 없는 관광 공약… 지역소멸 부추겨
2024-04-08 06:00
"BTS 뮤직비디오 촬영지에 가보고 싶어. 이번 휴가 때는 한국으로 여행을 갈 예정이야."
얼마 전 프랑스인 친구가 전한 말이다. 프랑스에서는 BTS 외에도 K-팝 가수들의 인기가 뜨겁단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장소, 즐겨 찾는 맛집, 묵었던 숙소를 가보기 위해 10시간도 넘는 비행을 기꺼이 감내한다.
세계는 지금 K-콘텐츠 열풍이다. 한국 콘텐츠의 열기는 한류 관광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윗선(?)에서는 심드렁하기만 하다.
국민의힘은 지역 관광 활성화 방안으로 △자전거 관광 △K-콘텐츠 체험형 관광산업 육성 △지역 특화 치유 관광·워케이션 활성화 계획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부터 이미 운영 중인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을 닮은 '지역사랑 휴가지원제(가칭)'를 내놨다. 국립공원에 '차박'이 가능한 미래형 캠핑장을 만든다는 정책도 추가했다.
이 공약들은 전부 이미 정부와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구체적인 육성 방안과 활성화 대책도 전무했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 보기로 한다. 최근 전북 완주 출장을 마치고 서울역으로 향하는 KTX를 타기 위해 전주역 플랫폼에 다다랐다. 기자가 탑승해야 하는 곳은 13호차 구역이었지만, 해당 플랫폼에는 '3호차'와 '13호차'가 동시에 표시돼 있어 우왕좌왕했던 기억이 난다.
'KTX - 3호차' 구역이 'KTX 산천-13호차' 구역과 동일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본인이 예약한 열차 이름과 편명, 호차까지 모두 확인해야 '정확한 탑승'이 가능했다.
KTX 역사가 있는 지역 거점도시도 이토록 헷갈리는데,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방 소도시들의 사정은 오죽할까.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데, 정치권에서는 실질적인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나 콘텐츠 다양화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오로지 국민의 '표심'을 움직일 수 있는 선심성 공약만 구색 갖추기 식으로 내놓고 있다.
제발 부탁한다. 선거철에만 등장하는 반짝 공약이 아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해주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