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홈경기' 거부 北 축구코치 "우리가 평양에서 했으면…"

2024-04-03 17:53
신재남 씨 日매체 인터뷰 "평양에서 했으면 반드시 이겼을 것"
'독성 쇼크 증후군' 일본내 유행으로 평양 경기 불가능

지난달 21일 일본에서 열린 북한과 일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사진=AP연합뉴스]

북한 축구 대표팀 코치로 일본에서 대표팀과 동행한 재일교포 신재남 씨가 3일 일본에서 스포츠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명욱 씨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지난달 21일에 열린 일본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전 패배에 대해 “일본은 월드컵 출장 단골국으로서 감독과 선수들 모두가 일본 축구가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신 씨는 작년까지 전 북한대표팀 선수 정대세의 모교인 조선대학교 축구부 감독을 맡았으며, 현재는 재일본조선인축구협회 사무국장으로 있다. 

북한 대표팀은 일본 도쿄 신주쿠의 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0-1로 패하며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후 조별리그 4차전 일본전을 같은 달 26일 평양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북한 측이 홈 경기 개최가 어렵다는 뜻을 전했고, 결국 북한-일본전은 국제축구연맹(FIFA)을 통해 개최가 공식 취소됐다.

FIFA는 지난달 24일 북한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평양에서 치를 예정이었던 일본과의 경기를 일본의 3-0 몰수승으로 정했다 .

신재남 씨는 인터뷰에서 “(북한 대표팀) 신영남 감독이 구보 선수를 경계했다. 경기에 나오지 않았지만 대책을 세웠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양 개최 중지와 관련해 “(3월 21일 일본전) 시합이 끝난 뒤 선수들은 평양 개최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너무 안타까워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평양 경기 취소에 대해 대표팀에게 어떤 설명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공식적인 발표 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일본에서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는 '극증형 용혈성 렌사구균 감염증'에 대한 대책으로 일본 선수들을 북한에 입국시킬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과의 경기 기회도 그렇게 많지 않은 가운데 평양에서 꼭 승점 3점을 따고 싶은 마음이었다”면서 “홈 경기라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립국에서 하더라도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달 2일 FIFA는 북한팀에 대해 1천500만원가량의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다만 일본 내에서는 북한축구협회에 내려진 벌금 액수를 두고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대표팀은 도쿄에서 열린 북한과의 3차전 승리 후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입국할 계획까지 모두 세웠지만, 북한 측 통보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결국 대표팀도 조기에 해산한 바 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26일 경기를 하게 됐다면 더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었다. 팀의 경험치를 올리고 전술적인 향상도 가능했다"며 "경기가 취소된 것은 유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