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자존심' 테슬라도 꺾여…美·中 '전쟁터' 녹색기술로
2024-04-03 14:45
바이든도 트럼프도 연일 직격…불공정 관행 개선 압박
경기 둔화 '직면' 중국, 신산업에 주력…세계 기업 와르르
경기 둔화 '직면' 중국, 신산업에 주력…세계 기업 와르르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세계 청정 에너지 산업을 장악하면서, 미국이 연일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중국 녹색 기술 업계가 덤핑 폭격을 가하면서 미국 등 세계 각국 기업이 벼랑 끝에 몰렸다.
바이든도 트럼프도 연일 직격…불공정 관행 개선 압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정책과 비(非)시장 경제 관행에 우려를 제기했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를 둘러싸고 나타났던 미·중 무역 갈등이 녹색 기술 분야에서도 첨예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다.오는 3일부터 9일까지 중국을 방문하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불공정 무역 관행을 개선할 것을 중국에 촉구할 전망이다. 옐런 장관은 최근 전기차, 태양광 등을 거론하며 중국의 과잉 생산이 국제 가격과 생산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미국 정부가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전면전을 선포한 데는 중국이 태양광에 이어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까지 장악할 것이란 우려가 자리한다. 단적인 예로 미국 전기차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인도량이 38만6810대에 그쳤다. 지난해 동기 대비 8.5%나 쪼그라들었다. 중국 전기차 업계의 공세에 테슬라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회사 비야디는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13% 늘어난 30만114대의 전기차를 인도했다.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맞붙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는 다 중국에서 만들어질 것이고 이것은 매우 나쁘다”며 전기차 전환을 대선 이슈로 쟁점화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만이 중국의 저가 공세를 차단할 수 있는 후보자라고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경기 둔화 ‘직면’ 중국, 신산업에 주력…기업 와르르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 폭락으로 촉발된 경기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신산업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정 에너지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경기둔화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중국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태양광 제품의 지난해 수출액은 1460억 달러(약 197조원)로, 전년 대비 30%나 늘었다.혁신은 정부 지원에서 나왔다. 중국 정부는 통 큰 보조금과 세금 감면으로 수십개에 달하는 청정 에너지 거대 기업을 탄생시켰다. 단적인 예로 태양광 발전 원재료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중국 퉁웨이는 지난해 1~3분기에 1억2500만 달러(약 1687억원)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이는 2022년보다 240% 늘어난 규모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짚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미국과 유럽 등 각국 녹색 기술 기업들은 도미노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이를 막기 위해 서방 각국 정부는 보조금 등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은 중국 전기차 반(反)보조금 조사를 진행 중으로 이르면 올해 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이 정도 지원만으로 난항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잇따른다. 미국이 자국 청정에너지 산업을 살리기 위해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도 불구하고, 미국 태양광 산업은 침체일로다. 중국 기업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생산한 태양광 패널이 미국산보다 싸다. 하물며 이들 수입산에는 관세도 부과됐다.
전문가들은 청정에너지 산업의 경우 반도체 등 첨단기술과는 다른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일라리아 마조코 연구원은 반도체 등은 첨단기술을 앞세워 세계 선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청정에너지 분야는 규모를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