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차녀' 이서현, 5년여 만에 경영 일선 복귀...배경은?

2024-04-01 18:28

이서현 삼성물산 신임 전략기획담당 사장 [사진=삼성물산]

이서현 삼성글로벌리서치 사회공헌업무총괄 겸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5년 3개월 만에 삼성물산 사장으로 복귀했다. 글로벌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오너경영을 통해 과감한 의사결정을 이끌어 위기를 극복해나가겠단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경영위원회를 열고 이 총괄을 전략기획담당 사장으로 영입했다. 이 사장은 이날부터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빌딩으로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장은 향후 삼성물산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며, 삼성물산의 건설·리조트·상사·패션 등의 사업을 모두 총괄한다.
 
과거 삼성물산 패션사업 부문만 총괄했던 것과 비교하면 역할과 권한·책임의 무게가 이전보다 더욱 커진 셈이다.
 
이 사장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차녀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동생이다. 1973년생으로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했고, 지난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삼성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 등으로 일했다. SPA(기획·생산·유통 총괄) 브랜드인 에잇세컨즈, 빈폴 아웃도어 등이 그의 작품으로 꼽힌다. 2003년에는 여성복 브랜드 구호의 인수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후 해외 SPA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고, 이 사장도 2018년 12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공교롭게도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 사장이 물러난 이후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 사장이 공들여 기획한 에잇세컨즈는 지난 2022년 브랜드 출시 10년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고 지난해 연 매출 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사장이 재임기간 발굴해 낸 프리미엄 수입 브랜드들도 매출이 크게 뛰며 삼성물산 호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의 선견지명이 빛을 봤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 사장의 복귀로 삼성물산 전 사업 부문의 브랜드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 수장이었을 당시 과감하게 해외 브랜드와 토종 브랜드 육성에 힘쓴 덕분에 지금 삼성물산 패션부분이 패션업계 불황 속에서도 호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사업적인 부분에서 뛰어난 선견지명을 가졌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물산 측은 이 사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 사장이 전략기획담당 사장으로서 삼성물산을 어떻게 이끌어 갈 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도 “삼성물산 사업부문간 시너지를 확대하는 것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