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트렌드] 점유율 낮은 국내 SW업체…해법은 '독자 영역 구축'
2024-04-02 06:00
세계 시장 韓 비중 0.9%…빅테크 공세 가시화
경쟁 우위 점하려면 '특정 영역' 창출해야
삼성SDS·더존비즈온, 성장 가능성 높게 평가
경쟁 우위 점하려면 '특정 영역' 창출해야
삼성SDS·더존비즈온, 성장 가능성 높게 평가
그럼에도 인공지능(AI) 산업이 인간의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SW 사업에 기회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SW 영역으로는 △기존 SW에 생성 AI를 결합해 기업간거래(B2B)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클라우드·AI를 직접 구축할 수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관리 서비스 사업자(MSP) 등이 꼽힌다.
한국 SW 비중 0.9%에 불과…독자적 영역 구축 과제
1일 시장조사업체 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SW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0.9%에 불과하다. 압도적 규모의 미국(47%)을 비롯해 영국, 독일 등 상위 5개 국가의 비중을 합하면 68%에 달한다. 국내 기업이 내수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해도 0.9%에 불과한 시장규모는 늘 한계로 지적받을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벌써 이 작은 시장에서조차 글로벌 업체들의 공세가 가시화됐다는 것이다.
최근 몇몇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초거대언어모델(LLM)을 API(컴퓨터 또는 컴퓨터 프로그램 간 연결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로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수익화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SW 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시장이 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대표적이다. SaaS는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내부에 구축하는 허가 기반이 아닌, 월정액을 내는 구독 방식으로 사업 애플리케이션(앱)을 쓰도록 해주는 개념이다. 일정 수준의 고객이 확보된 후에는 안정적인 매출 성장과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예측이 가능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성장성과 수익성 면에서 매력적인 사업이다 보니 국내외 수많은 업체가 SaaS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사 제품에 생성 AI 기능을 탑재하는 B2B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움직임이 매우 빨라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MS오피스에 생성형 AI를 결합한 'MS 365 코파일럿'을 출시한 게 대표적인 예다.
국내 업체가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장은 고객층이 명확하거나, 특정 영역에 특화된 경우다. 정부의 규제 정책, 언어적인 차별점, 고객서비스(CS) 대응 등의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회계·세무·고객관계관리(CRM) 등 특정 영역에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했거나, 핵심 SW 서비스를 보유한 국내 업체가 경쟁우위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삼성SDS·더존비즈온, 성장 가능성 높아
대표적인 업체로는 삼성SDS와 더존비즈온 등이 꼽힌다.
삼성SDS는 과거부터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IT 솔루션을 서비스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향후 기존 사내 업무시스템인 브리티웍스에 생성형 AI 기능을 추가한 '브리티 코파일럿'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사내 솔루션을 쓰고 있는 전 삼성 계열사가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는 만큼, 고객 확장 면에서 용이하다. 브리티 코파일럿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MS 365 코파일럿처럼 이용자당 단가가 상승하는 구조를 채택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증권가에선 2분기부터 관련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약 50억원 수준에서 내년에는 150억원, 내후년에는 500억원 규모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 사업은 원가율이 매우 낮은 만큼, 높은 마진율을 기대할 수 있다.
클라우드서비스공급(CSP) 매출의 동반 발생도 가능하다. 기업들은 메일이나 문서를 공개 계정에 올리는 것에 대해 보안 문제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은 내·외부의 모든 최신 기술을 사용하되, 데이터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형태로 내부에 보관하면서 코파일럿 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서 SaaS 매출뿐 아니라 CSP 매출도 동시에 인식된다.
더존비즈온은 중소기업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해 둔 이점이 있다. 올해는 ERP가 구축된 고객사를 대상으로 AI가 적용된 '원 AI' 솔루션을 출시한다. 이는 회계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고 신고 오류를 사전 점검해 주는 것에 더해, 예상 세액까지 예측해 주는 서비스다. 이 과정에서 ERP, 그룹웨어, 메일, 결재 등 기업 내에서 생산된 정형·비정형 데이터가 모두 활용된다.
김 연구원은 "(더존비즈온은) 'ERP·회계'라는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춰 오랜 기간 데이터와 역량을 확보해 왔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영역"이라고 봤다. 최근에는 업무제휴를 맺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더존 솔루션 온 AWS'를 구축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MSP 경쟁력도 장기적으로 삼성SDS가 우위
클라우드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을 위한 MSP 서비스도 국내 업체들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워낙 다양한 종류와 복잡한 기능이 있어, 이들은 고객들이 적합한 서비스를 선택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즉 고객들이 클라우드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종의 '컨설팅'을 해주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글로벌 CSP들이 만들어주고 있는 시장 환경 내에서 국내 기업에 맞는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 MSP 사업은 이용자 발굴부터 데이터 구조 설계와 모델 검증, 서비스 구현, 운영 관리까지 매우 복잡하고 어려워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국내 MSP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메가존클라우드, 베스핀글로벌, 메타넷티플랫폼 등이다. 이들은 초창기 시장 점유율이 향후 시장 지배력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고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시장 선점을 위해 인력과 자본을 쏟고 있다.
그 결과 메가존클라우드의 2022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60% 증가했고, 베스핀글로벌도 같은 기간 47% 성장했다. 이는 MSP 시장의 가파른 성장성을 보여주는 요인이다. 다만 큰 폭의 매출 증가에도 수익성 확보는 어려운 상황이다. 메가존클라우드의 영업손실은 2021년 171억원에서 2022년 409억원으로 확대됐다. 베스핀글로벌 역시 재작년 22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엔 인력 충원과 기술 투자 등 막대한 초기 비용이 영향을 줬다. CSP 인프라를 빌리는 높은 원가로 인해 이익을 거두기 어려운 구조도 단점 중 하나다. 이를 극복하려면 결국 MSP 외에 기타 SaaS와 자체 솔루션 등을 함께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요인을 다각적으로 고려한 유망업체로는 삼성SDS가 꼽힌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MSP와 CSP 사업을 동시에 펼치고 있는 사업자다. SaaS까지 클라우드 관련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경쟁우위가 될 수 있다.
삼성SDS는 지난 2021년 하반기 클라우드 사업 강화를 목표로 MSP 인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그 결과 2020년 14.7%였던 IT서비스 영업이익률은 2021년 11.8%, 2022년 10.6%까지 낮아졌다. 이제는 주요 인력 투자가 완료됐고 이익 창출이 가능한 단계에 올라섰다.
삼성SDS의 MSP 플랫폼인 패브릭스는 고객에게 구축해주면 MSP 매출뿐만 아니라 CSP 매출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패브릭스는 기업들의 생성형 AI 도입 과정에서 최적화된 설정을 돕는다. 세부적으로 생성 AI가 사내 어떤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여부 외에도 생성 AI와 최적화한 프로세서의 연계, 데이터 수집 방식, 데이터를 생산성 향상으로 이끌 LLM 추천 등의 과정을 총괄한다.
동시에 패브릭스 안에는 다양한 서비스형 플랫폼(PaaS)들이 존재하는데 이 PaaS들은 삼성클라우드플랫폼(SCP) 위에서 구동되기 때문에 CSP 매출도 발생시킨다. 향후 기업들 사이에서 자사 데이터 크기와 업무 특성에 맞춰 최적화된 구축 요구가 커질 경우, 삼성SDS의 패브릭스와 같은 B2B 플랫폼의 수요는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삼성SDS의 올해 MSP 매출액은 전년보다 28% 성장해 1조18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작년에 이미 두 배가 넘는 고성장세를 나타났음에도 높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사를 통한 패브릭스 구축 관련 매출은 올해 1분기부터 본격적인 반영이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