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근무시간 재조정 시사…"물리적·체력적 한계 직면"

2024-03-30 14:48
의료공백 장기화로 피로감 상승…4월 첫째주부터 외래·수술 조정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대화의 걸림돌'…언론 대응서 제외해야"

방재승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비대위 협의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이 의료공백 장기화로 물리적·체력적 한계에 임박했다며 다음 달 1일부터 본격적인 근무시간 조정을 시사했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를 전부 보고 환자를 줄이지 않았지만, 물리적이고 체력적인 한계가 온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방재승 전의비 위원장을 비롯하여 각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 8명이 참석했다.

전의비는 "각 (진료)과 사정에 따라 비필수의료를 줄이고 필수의료에 신경을 더 쓰려 한다"며 "상급병원에서 다른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경증 환자를 줄이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급병원에 와야 할 급한 환자는 의사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진료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의비는 전날 밤 20개 의대가 참여한 온라인 회의에서 "진료하는 교수와 환자 안전을 위해 4월 첫째 주부터 교수들의 최소한의 휴게시간 확보를 위해 24시간 연속근무 후 익일 주간 근무를 오프(휴무)하는 원칙을 지키도록 강력히 권고한다"며 "이를 위해 중증 및 응급환자 진료를 제외한 외래 및 수술은 대학별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전의비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의 언행을 '대화의 걸림돌'로 지목함과 동시에 정부를 향해 "박 차관을 언론 대응에서 제외하라"고 촉구했다.

방재승 위원장은 "정부 쪽이 2000명(증원)을 절대 철회할 수 없다고 했고, 특히 박민수 차관이 너무 강하게 얘기를 했다"면서 "한덕수 총리는 의사단체와 의미 있는 대화를 했다고 밝혔는데 앞뒤가 안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 의견을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박 차관이 언론 대응에서 뒤로 물러나 주면 대화의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강홍제 원광대의대 교수 비대위원장도 "의사를 무시하는 (박 차관의) 거친 언사가 감정을 건드렸다. 사태 악화가 아니라 대화를 위해서 박 차관이 언론 선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의비는 의사들이 대화창구를 단일화하지 못한 것이 정부와의 대화가 열리지 않은 이유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 측의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방재승 위원장은 "의사 쪽, 특히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과 전의비는 잘 소통하고 있다"며 "대한의사협회(의협) 쪽에서는 회장이 이번에 선출됐으니 얘기를 해봐야겠지만, 의협과 교수단체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