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 인터뷰] '반도체 벨트' 화성을…동탄2신도시 주축 3040 표심 잡아라

2024-03-29 06:00
민주당 공영운 "현장 경험 바탕 경제 살리는 정치"
국민의힘 한정민 "동탄 10년 거주한 반도체 전문가"
개혁신당 이준석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정치"

4·10 총선을 2주 앞둔 28일 경기 화성시 동탄역 인근 도로에 동탄구청 설치를 촉구하는 각 정당·후보자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장문기 기자]

경기 화성시에 있는 동탄2신도시 대부분이 포함돼 있는 화성을 지역구는 주민 평균 나이가 34.6세에 불과하다. 신도시 특성상 유권자 중 어린 자녀를 둔 부부나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비중도 높다.

신축 아파트 입주도 계속되고 있어 교통 등 관련 인프라 확충에 대한 수요도 상당하다. 28일 이 지역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40대 여성 이모씨는 "버스 기다리는 시간도 너무 길고 택시는 찾을 수가 없다"며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이 문제부터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또한 '화성'보다는 '동탄' 정체성이 강한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이 지역구에 출마한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이 같은 현안을 잘 인식하고 교육·보육·교통 등 관련 공약에 힘을 줬다.

화성 내에서 진보 성향이 강한 화성을 지역구에 보수정당 후보가 두 명이나 출마했다는 점, 이번 총선에서 화성정 지역구가 신설되면서 선거구 조정이 이뤄졌다는 점 등이 이번 선거에 변수로 꼽힌다.
 
 
'현대차맨' 공영운 "경제 살리는 정치할 것"
공 후보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동탄대로 앞 사거리에서 파란색 점퍼를 걸친 채 주민들을 향해 인사했다. 그는 지나가는 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안녕하십니까 공영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를 목 놓아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공 후보에게 손 인사를 하며 응원하기도 했다.

공 후보가 유세 차량에 올라서자 빗줄기가 쏟아졌다. 떨어지는 빗줄기에 머리와 옷이 젖었지만 공 후보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토론회가 있어 오래 있을 수는 없지만 주민들께 아침 인사는 꼭 하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세계 3위 현대차그룹의 고위 경영진 출신"이라며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를 바꾸고, 특히 경제를 살리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공 후보는 이번 4·10 총선을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는 선거'라고 규정하면서 "유권자들이 출마한 후보 정책의 현실성과 그 정책을 실천할 인물의 역량을 보고 판단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공 후보는 인공지능(AI) 기반 버스 시스템을 도입해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화성 내 이동과 이웃한 도시 간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한 ‘우리 집도 역세권’, 첨단 연구시설이 밀집한 도시 기능과 연계한 우수한 학교를 유치하는 ‘교육 8학군 동탄’ 등이 공 후보가 내건 1·2번 공약이다.
 
'동탄 10년 거주' 한정민 "동탄 발전 적임자"
한 후보는 이날 동탄호수공원 인근에서 빨간색 점퍼를 입고 선거 출정식을 열었다. 그는 "주민들은 지난 12년 동안 민주당이 이 지역에 해준 게 뭐가 있냐고 말한다"며 "동탄은 급격히 늘어나는 인구에 비해 행정·교육·교통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해 중앙정치보다는 지역 현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궂은 날씨에도 시민들을 향해 "정치에서는 신인이지만 동탄신도시에서는 10여 년을 거주했다"며 "동탄 발전에 누가 적임자인지 판단해 달라"고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핵심 공약으로 교통 문제 해결을 제일 먼저 언급했다. 동탄~부발·동탄~청주공항 구간을 철도로 연결하고 서울행 광역버스를 대폭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24시간 긴급돌봄 지원, 소아응급 체계 마련 등을 통해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한 후보는 "동탄구청을 설치해 행정 편의성을 강화하고 주민들이 원하면 동탄시 승격을 추진할 것"이라며 "화성시는 서부·동부 간 차이로 인해 정책 효과가 온전히 나타나지 못해 동탄만의 문제를 동탄 스스로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을이 포함된 '반도체 벨트'가 이번 총선에서 격전지로 언급되는 상황에서 한 후보의 삼성전자 연구원 이력은 강점이다. 그는 "여러분처럼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소주 한잔을 기울이던 'K-직장인'의 저력을 믿어 달라"고 말했다.
 
'노련한 정치인' 이준석 “인생 화양연화를 동탄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며 10년간 표밭을 가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을 뒤로하고 동탄에서 새로운 출발을 꿈꾸고 있다. 이 후보는 “동탄과 끝까지 가겠다”며 “인생의 화양연화를 동탄에서 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정권교체에 성공한 '집권여당 당대표' 경험은 그의 가장 큰 무기다. 그는 “(자신이) 국회의원 한번 당선되겠다고 허황된 공약을 낼 수 없는 정치인”이라며 “정치인으로서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고 자부했다. 정치인으로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거대 양당 후보들보다 자신이 노련하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 후보는 동탄에 있는 100여 개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민원 해결을 약속했다. 첫 번째는 ‘조속한 트램 완공’이다. 그는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동탄에 걸맞은 첫 공약은 단연 교통”이라며 남사터널, 남동탄IC 설치, 분당선 연장, 호수공원역 설치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동탄을 교육특화지구로 지정하고 과학고·예술고를 비롯한 각급 학교를 신설해 학급 과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잡월드 유치 △복합문화센터·종합경기타운 건립 △24시간 어린이병원 신설 △국립 암센터·대학병원 유치 등도 구상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정치인 이준석은 권력자에 굴종하기보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왔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심판하는 한 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오만한 승리를 저지할 수 있는 한 표, 동탄의 문제를 전국에 알리고 해결할 수 있는 한 표는 이준석”이라고 지역 표심에 호소했다.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경기 화성시 동탄4동 행정복지센터 앞에 선거 벽보가 걸려있다. [사진=최오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