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대표 여성파워 서영경 "길고 험했던 4년…금리인하 집값 자극 가능성 낮아"
2024-03-26 16:39
내달 금통위원 퇴임 앞두고 기자회견
비틀즈 '더 롱 앤드 와인딩 로드' 언급
"이창용 도입 점도표 효과 있다" 지지
"차기 女 위원 필요, 고위직도 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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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다음 달 4년 임기를 마치고 떠난다. 26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서 위원은 30년 넘게 '한은맨'으로 봉직하면서도 지난 4년은 처음 겪는 전대미문의 시기라 고백했다. 1988년 한은에 입행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위기 대응이라면 자신이 있었던 그도 금통위원으로서 지낸 팬데믹 구간은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고 우리에겐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웠다.
8년 전 한은에서 퇴직한 뒤 다시 친정에 돌아온 그가 밝힌 소회는 남달라 보였다. 서 위원은 2016년 한은 부총재보를 끝으로 고려대 교수,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2020년 4월 금통위원으로 돌아왔다.
처음 참석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로 끌어내렸다가 이후 두 번이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9번의 금리 인상에 참여하며 금리 수준을 3.50%까지 높여 놨다. 한은 역사상 초유의 일들이다.
팬데믹 위기가 남긴 통화정책 과제
서 위원의 임기 동안 국내 기준금리는 루트(√) 모양을 그리게 된다. 후회 없이 일했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서 위원은 팬데믹 등 이례적 경험을 자양분 삼아 향후 통화정책 과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시경제 상황은 물론 산업·고용 등 미시적 영역에 대한 연구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구체적으로는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 축소 등 여건 변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대차대조표, 거시 건전성, 외환 등 여타 보완재를 적극 활용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금리 정책의 파급력은 세지고 파급 시차는 줄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책 수립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실제 한은 조사국 경제모형실과 함께 분석한 결과 2012년의 경우 금리 결정이 8개 분기가 지난 뒤 물가에 반영됐지만 2020년에는 4개 분기 만에 효과가 나타났다. 환율 변동을 용인하고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한 영향이다.
금리 인하 시점과 폭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연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당장 가계대출이 급증하거나 집값이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서 위원은 "금리 인하가 가계대출이나 주택가격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재 실질금리가 양(+)인 상황으로 긴축 국면이기 때문에 통화정책 정상화가 금융 불균형을 초래하는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유리천장 깨고 숱한 기록 남긴 여성 한은맨
한은에서 '여성 최초'라는 기록을 여러 번 남긴 입지전적 인물인 만큼 차기 여성 금통위원에 대한 메시지도 남겼다. 서 위원은 금통위원 7인 중 유일한 여성이다. 앞서 한은 내에서도 견고한 유리천장을 깨뜨리며 첫 여성 팀장, 첫 여성 임원 등의 기록을 낳았다. 서 위원은 "추후에도 여성 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성 제고 측면에서도 중요할 뿐더러 개인적으로 산업계에 몸담았던 분이라면 균형적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은 여성 고위직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도 했다. 서 위원은 "한은에 입행하는 직원의 40% 정도가 여성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동적으로 고위직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라며 지난주 미국 출장 경험을 전했다.
그는 "Fed(미국 중앙은행) 여성 간부들과 이야기해 보니 Fed에서도 20·30대에 일·가정 양립의 워킹맘으로 살다 보면 40대부터 일에 대한 열정이 약화하는 '열정 갭'이 나타난다고 한다"며 "여성 고위직이 많아지면 이들을 롤모델로 여겨 일에 대한 열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